트럼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바꿔야"…푸틴과 경유 거래 하루 만에 젤렌스키 정조준
- 고건 기자
- 입력 2026.10.1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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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교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러시아와 경유(디젤) 공급 합의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협상을 성사시킬 새 대통령을 맞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여러 차례 전쟁을 끝낼 기회를 놓쳤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유시설 공격이 세계 경유 공급을 줄여 미국 농민과 트럭 운전사의 부담을 키운다는 이유다. 두 정상의 관계는 2025년 2월 백악관 집무실 설전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발단은 전날 나온 미·러 경유 합의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뒤 러시아가 경유 30만t을 즉시 공급하고 11월 50만t, 이후 100만t을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유시설 상태에 따라 300만t이 추가돼 총 480만t 규모다. 푸틴 대통령도 미국과 세계 시장에 석유제품을 공급할 준비가 됐다고 확인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같은 날 일반면허 135호를 발급했다. OFAC는 미국의 경제제재를 집행하는 기관이고 일반면허는 제재는 유지한 채 특정 거래만 예외로 허용하는 조치다. 이번 면허로 러시아산 경유의 판매·운송·하역·수입이 2027년 4월 7일까지 허용된다. 미국으로의 수입도 포함된다.
다만 러시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재무부 계좌로 미국 금융기관을 거쳐 돈이 빠져나가는 거래는 제외했다. 미국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법으로 금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한 달 전 러시아산 원유·가스 주요 수입국에 최대 100% 관세를 물릴 수 있게 한 대러 제재법에 서명했다.
배경에는 치솟은 경유 가격과 다음 달 3일 중간선거가 있다. 미국 경유 전국 평균 가격은 9일 갤런당 6.27달러였다. 합의 발표 직후 뉴욕항 인도 경유 선물은 약 4.5% 내린 갤런당 4.67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정제 능력이 떨어지자 7월 8일부터 경유 수출을 금지해왔다.
실제 효과에는 회의적인 분석이 많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률은 60% 수준이다. 케이플러는 러시아의 문제가 수출이 아니라 정제 능력 자체에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러시아 경유 생산량이 약 30% 줄었다고 추산한다. 초기 공급량은 하루 7만2000~12만4000배럴로 세계 경유 소비량 하루 약 3000만배럴의 극히 일부다. 다수 전문가는 올해 연료 가격 급등의 주원인으로 이란 전쟁에 따른 중동산 공급 차질을 꼽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푸틴에게 주는 선물로 규정했다. 긴장 완화 합의 없는 제재 완화는 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며 러시아가 더 큰 공격으로 되갚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도 정유시설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마이애미에서 진행되던 종전 협상이 미·러 거래를 가리는 연막으로 쓰였다고도 비판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우크라이나 당국자를 인용해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마이애미 협상에서 정유시설 공격이 계속되면 정보 공유를 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당국자는 위협은 없었고 미국이 탄약과 정보를 제공하는 만큼 미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뜻을 전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틀 일정이던 협상은 조기 종료됐다. 악시오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격 중단 요청을 여섯 차례가량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합의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가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지도자 선택권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만 있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헌법은 계엄 상황에서 선거를 금지한다. 크렘린궁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성적이라면 평화 협상에 나섰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편에 섰다.
같은 날 새벽 러시아군은 남동부 자포리자의 5층 아파트에 유도활공폭탄을 투하했다. 기존 폭탄에 날개와 유도장치를 달아 먼 거리에서 떨어뜨리는 무기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20명이 숨졌다. 미국 내에서는 공화당 돈 베이컨 하원의원이 러시아산 연료 구매는 잘못된 해법이라고 지적했고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합의 철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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