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다음 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끝날 때까지 중국을 비롯한 교역 상대국에 대한 새로운 관세 발표를 미룰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가 협상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정상회담 이전에 이른바 '과잉 생산능력' 보고서를 공개할 계획이었다. 과잉 생산능력이란 한 나라가 자국 수요보다 훨씬 많은 제품을 만들어 낮은 가격에 해외로 밀어내는 상황을 뜻한다.
미국은 중국이 정부 보조금을 앞세워 철강·전기차·태양광 같은 품목을 과도하게 생산한 뒤 세계 시장에 헐값으로 쏟아내 자국 산업을 위협한다고 본다. 이 보고서는 중국산 제품에 7.5%의 추가 관세를 물리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었다.
새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면 트럼프 2기 들어 중국에 매긴 관세율은 약 20% 수준으로 올라간다. 20%는 미국과 중국이 앞서 무역 갈등을 봉합하며 합의한 상한선이다. 양국은 2025년 말 관세를 서로 세 자릿수까지 끌어올리는 보복전을 벌이다 그해 11월 한국 부산에서 휴전에 합의했고 이때 미국이 중국산에 매기는 관세를 약 20%로 묶기로 했다.
중국은 미국이 이 수준을 넘겨 관세를 물릴 경우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혀 왔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8월 말 과잉 생산능력 문제를 공정하고 종합적으로 봐야 하며 보호무역의 구실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냈고 미국의 후속 조치를 지켜보며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 공개를 미룬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교역 상대국에서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관세 위협을 반복적으로 활용해 온 만큼 발표를 늦춰 관세 카드를 협상 지렛대로 남겨두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종 관세율이 예상 수준에서 달라질지, 상한선인 20%를 넘어설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블룸버그 소속 이코노미스트 니콜 고튼-카라텔리는 미국 협상팀의 관건이 관세 위협을 어느 정도까지 밀어붙여 중국의 수입·수출 확대 약속을 받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 수출업체들이 2025년 내내 미국의 고율 관세를 견뎌낸 만큼 관세 위협이 지닌 압박 효과는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미국 무역대표부와 백악관은 관련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관세 발표 연기의 배경에는 이번 정상회담이 있다. 시 주석은 오는 24일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워싱턴을 국빈 방문한다. 중국 정상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것은 11년 만이다. 시 주석 부부가 탄 비행기가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내리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공항에서 이들을 맞을 예정이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백악관이 아닌 공항에서 영접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방문 이튿날에는 백악관에서 공식 환영식과 국빈 만찬이 이어진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 협상도 진행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는 21일 뉴욕 JP모건체이스 본사에서 만나 하루 종일 협의를 이어간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도 참여한다.
이 자리에서는 오는 11월 10일 만료를 앞둔 미중 무역 휴전의 향방, 미국이 부족하다고 보는 중국산 희토류 자석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진다. 희토류는 첨단 반도체와 스마트폰 제조에 필수적인 광물로 중국이 세계 공급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어 미국이 안정적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상회담에서는 무역 외에 이란 전쟁과 AI 안전 문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이란 전쟁은 7개월째 이어지며 미국을 포함한 세계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이자 정치·경제적 후원국이어서 미국은 중국 은행들이 이란과의 거래를 돕고 있는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AI 분야에서는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이룬 합의를 토대로 양국이 공식 대화를 준비해 왔으며 첨단 AI 시스템의 군사적 활용과 사이버 안보 위험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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