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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사령탑 "디플레 시대 끝났다"…투자자에 '일본 다시 보라' 주문

  • 고건 기자
  • 입력 2026.10.1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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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치 미노루 일본 경제재정상이 일본 경제가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일본을 새로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으로 일본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년 넘게 이 상태에 머물렀다.


기우치 경제재정상은 15일 도쿄에서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주최로 열린 로이터 넥스트 뉴스메이커 행사에서 지금의 일본은 오랜 디플레이션 시기와 다른 경제라며 달라진 현실을 기준으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일본이 성장 중심의 새로운 경제로 옮겨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정부가 내건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둘러싼 시장 우려도 직접 언급했다. 적극재정을 재정 규율 완화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있지만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은 그것이 아니라고 했다. 

 

전략 분야 투자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이것이 임금·소득·세수 증가로 이어져 재정 건전성도 지킬 수 있다는 논리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물가 급등 없이 낼 수 있는 최대 성장 속도를 뜻한다.


성장전략의 핵심은 2040회계연도까지 민관 합산 370조엔 이상의 투자를 끌어내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반도체·인공지능(AI)·조선·방위·바이오 등 17개 전략 분야를 대상으로 이 계획을 내놨다. 데이터를 고속 처리하는 반도체 개발과 양산에 68조엔이 배정됐다. 

 

로봇처럼 실제로 움직이는 기계에 AI를 접목하는 '피지컬 AI'에는 10조5000억엔 바이오 의약품에는 20조8000억엔이 책정됐다. 정부는 이 투자의 효과로 2040회계연도 민간 설비투자가 230조엔을 넘고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약 1070조엔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발언은 이달 2일 입장의 연장선이다. 기우치 경제재정상은 당시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더 이상 디플레이션 상태가 아니어서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과도한 금융완화는 필요 없다고 밝혔다. 아베노믹스 시기처럼 리플레이션 정책이 필요했던 시대도 지났다고 했다. 

 

리플레이션 정책은 돈을 대거 풀고 재정 지출을 늘려 물가를 의도적으로 올리는 정책이다. 아베노믹스는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대규모 금융완화와 재정 확대를 묶어 추진한 경제정책이다. 그는 금리 결정은 일본은행 권한이라며 추가 인상에 대한 찬반은 밝히지 않았다.


정부 표현은 빠르게 바뀌었다. 기우치 경제재정상은 9월 25일만 해도 아베노믹스식 정책의 시대는 끝났다고 하면서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정부 공식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금리 인상에 신중했고 확장 재정을 주장하는 의원 모임과 가까워 시장에서 대표적 리플레파로 꼽힌다.


미국의 압박도 배경에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8월 말 일본이 디플레이션을 극복했다고 평가했고 9월 1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뒤에는 일본이 리플레이션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지난달 29일 베선트 장관에게 다카이치 총리가 리플레파가 아니라는 점을 전했다고 밝혔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일본은행의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행은 9월 18일 기준금리를 연 1%에서 1.25%로 올렸다. 1995년 이후 최고 수준이며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를 끝낸 뒤 여섯 번째 인상이다. 

 

이달 1일 공개된 회의 의견 요약을 보면 내각부 대표는 과거 금리 인상의 누적 효과를 면밀히 따지고 중립금리 추정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금리 수준이다. 당시 내각부 대표로 참석한 인물이 기우치 경제재정상이다. 정책위원 다수는 추가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음 회의는 이달 29~30일 열린다.


지표는 엇갈린다. 8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로 일본은행 목표치 2%에 못 미쳤다. 8월 실질임금은 1.5% 늘어 8개월 연속 증가했다. 

 

일본은행의 9월 단칸 조사에서 대형 제조업 업황판단지수는 +24로 2018년 3월 이후 가장 높았다. 단칸은 일본은행이 분기마다 기업에 경기 판단을 묻는 조사로 지수는 경기가 좋다는 응답 비율에서 나쁘다는 응답 비율을 뺀 값이다.


재정 우려는 국채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9월 25일 연 3.115%로 1996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 당시 1.6%였던 금리가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국채 금리 상승은 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5일 국회 소신표명연설에서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고 했고 정부는 9일 약 7조엔 규모의 201개 정부 기금을 대상으로 지출 재검토에 다시 착수했다. 15일 엔화 가치는 1달러당 157.84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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