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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채금리 24년 만에 5% 뚫었다…독일과 격차 15년 만에 최대

  • 고건 기자
  • 입력 2026.10.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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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재정적자와 나랏빚이 불어나는 가운데 긴축 예산안 처리가 난항을 겪고 전국적인 학생 시위까지 겹치자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를 대거 내다 팔았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그리니치 표준시(GMT) 오전 9시14분 기준 5.002%까지 올랐다. 24년 만의 최고치다. 국채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투자자들이 국채를 팔아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가 오르고 정부가 새로 돈을 빌릴 때 내야 하는 이자도 그만큼 늘어난다. 

 

이날 금리는 이후 4.98% 안팎으로 내려왔지만 전날보다 0.06%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2월 말 3.2% 수준이던 금리는 8개월 만에 1.8%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독일 국채와의 금리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3.4% 안팎이다. 두 금리의 차이를 스프레드라고 부르는데 투자자들이 독일 대신 프랑스에 돈을 빌려줄 때 추가로 요구하는 웃돈을 뜻한다. 

 

이날 스프레드는 장중 159.4bp(1bp는 0.01%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금리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재정 악화다. 프랑스의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4%로 예상된다. 지난해 5.1%에서 오히려 늘었고 정부가 당초 목표로 잡은 5%도 넘겼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유지하도록 규정한다. 프랑스는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해 EU의 초과적자시정절차를 적용받고 있다. 적자 감축 계획을 제출하고 이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받는 제도다.

 

나랏빚도 사상 최대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6월 말 공공부채는 3조5955억 유로로 GDP의 119.0%에 달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재무부는 올해 말 부채비율이 119.3%로 오르고 내년에는 121.7%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98%에서 7년 만에 20%포인트 넘게 늘었다.

 

빌려야 할 돈도 커지고 있다. 국채 발행을 담당하는 프랑스재무청(AFT)은 내년 중장기 국채 발행 규모를 사상 최대인 3400억 유로로 잡았다. 올해보다 300억 유로 많다. 

 

적자를 메우는 것에 더해 코로나19와 에너지 위기 때 찍은 국채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이를 새 국채로 갚는 차환 수요가 늘었다. 정부 전체 이자 비용은 올해 약 790억 유로에서 내년 약 910억 유로로 불어날 전망이다.

 

정치 상황은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가 이끄는 소수 정부는 이달 1일 2027년 예산안을 내놨다. 신규 지출 삭감과 세수 확충 조치 430억 유로에 기존 조치 효과를 더해 총 540억 유로 규모로 재정을 조이는 내용이다. 공무원 임금 기준 동결과 연금·복지 지출 축소가 담겼다. 

 

정부는 이를 통해 내년 적자를 GDP의 5%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아무 조치를 하지 않으면 적자가 6.5%까지 커진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독립 재정감시기구인 공공재정고등위원회(HCFP)는 이 목표가 현 재정 상황에서 최소한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예산안 통과도 불투명하다. 여당이 하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롤랑 레스퀴르 경제·재정장관은 이날 현지 라디오 RTL에 출연해 필요하면 의회를 다시 우회해서라도 예산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헌법 49조3항은 총리가 하원 표결 없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대신 야당은 내각 불신임안으로 맞설 수 있다. 르코르뉘 정부는 올해 초 이 조항을 써서 올해 예산을 처리했다. 내년 4~5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거리 시위도 악재다. 9월 중순 파리 근교에서 시작된 고교생 시위는 교사 부족과 과밀 학급 등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전국으로 번졌다. 6일에는 정부 집계로 25만 명 이상이 거리에 나왔고 900곳 가까운 학교가 수업을 전면 또는 부분 중단했다. 

 

내무부에 따르면 시위 시작 이후 이날까지 약 6100명이 체포됐다. 17일에는 노란 조끼 시위대까지 합류했다. 교육 예산 확대 요구가 커지면서 지출을 줄여야 하는 정부의 부담도 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금리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고 주요국 국채금리가 일제히 뛰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6월과 9월 두 차례 금리를 올려 예금금리가 2.50%다. 프랑스발 불안은 유로화 약세로도 이어졌다. 유로화 가치는 이달 5일 1.1161달러까지 떨어져 17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의 관심은 ECB 개입 여부와 신용등급에 쏠려 있다. ECB는 2022년 특정 회원국 국채가 근거 없이 급격히 팔려나갈 때 이를 사들여 금리를 안정시키는 전달보호수단(TPI)을 만들었지만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8일 유로존 재무장관들에게 무질서한 시장 움직임에 대응할 수단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프랑스 문제의 해법이 자국 재정정책에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프랑스 국채 매도가 재정 악화라는 근거를 갖고 있어 TPI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3일 프랑스 신용등급을 재검토한다. 무디스는 현재 프랑스에 Aa3 등급과 부정적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부정적 전망은 앞으로 등급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S&P와 피치는 이미 이보다 한 단계 낮은 A+ 등급을 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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