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초강경 조치를 예고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8월 13일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주 중 새로운 대이란 제재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 나라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킨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수준의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전략을 경제 제재와 군사 봉쇄를 동시에 가하는 방식으로 설명했다. 세계가 지금껏 본 적 없는 경제적 고립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봉쇄를 함께 적용해 이란의 항구로 어떤 물자도 드나들 수 없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가 포함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같은 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미 해군이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무기한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봉쇄란 군함을 배치해 특정 국가의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을 차단하는 조치다. 헤그세스 장관은 함정을 교대로 투입하는 방식으로 봉쇄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올해 초 시작된 미국·이란 간 전쟁이 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상대로 기습 공습을 벌였고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이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맞섰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외부 바다를 잇는 좁은 통로로 전쟁 이전 전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과 액화천연가스가 지나던 핵심 항로다.
양측은 4월 초 파키스탄 중재로 2주간의 휴전에 합의했으나 이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협상이 결렬됐다. 미국은 4월 13일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을 차단하는 봉쇄에 들어갔다.
6월 1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양해각서에 서명하며 미국의 봉쇄 해제와 60일간 상업 선박의 안전 통항을 약속했으나 8월 초 미국은 이란이 상업 선박과 여러 아랍 국가를 다시 공격했다는 이유로 봉쇄를 재개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7월 13일 봉쇄를 재개한 이후 이란 항구로 드나들려던 상업 선박 59척의 진입을 막았다고 밝혔다. 선박 3척은 무력화됐고 2척은 나포됐다. 반면 이란도 이에 맞서 화물선 2척을 나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봉쇄가 길어지면서 미 해군 내부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중동에 250일 넘게 파견돼 온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을 조지 워싱턴함이 교체할 예정이다. 링컨함은 약 5000명의 승조원을 태운 채 지난해 11월 파견돼 애초 5월 복귀가 예정됐으나 임무가 계속 연장됐다.
승조원 상당수가 극심한 피로와 사기 저하를 겪고 있으며 일부는 바다로 뛰어내리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달 초 한 승조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한 시간 만에 구조됐고 해군은 이를 정신건강 문제로 판단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민주당 등에서는 정부가 작전 기간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4일 승조원 가족들이 함정 상황을 우려한다는 주장을 일축하며 링컨함의 파견 기간이 오히려 충분히 길지 않았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도 링컨함의 열악한 상황이 완전히 왜곡됐다고 반박했다.
새 제재 예고 소식에 국제 유가는 소폭 반응했다. 원유 선물 가격은 공급 차질 우려로 하룻밤 사이 1% 넘게 올랐으나 상승 폭은 제한됐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88달러 안팎,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는 82달러를 웃도는 수준에서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제재를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제재의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지는 경향이 있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 시점을 앞당기지도 못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 이란이 적대국으로 규정한 나라의 자산과 장비의 통항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다만 이 법안은 본회의 표결과 헌법수호위원회 심사, 대통령 서명을 거쳐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이번 분기 세계 원유 시장에 하루 약 18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중동 산유량이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시점을 2027년 초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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