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둔 유럽 주식시장이 다시 한 번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12월 23일 유럽 전반의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범유럽 지수 STOXX 600이 장중 상승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시장 반등의 중심에는 제약·헬스케어 업종이 있었고 특히 덴마크 제약사 Novo Nordisk의 주가 급등이 전체 지수를 끌어올렸다. 투자자들은 연말을 앞두고 비교적 실적 가시성이 높은 업종에 다시 자금을 실으는 모습이다.
STOXX 600은 유로존과 영국 스위스 등 유럽 주요국 상장 기업 600곳의 주가를 묶어 만든 지수다. 미국의 S&P500처럼 유럽 전체 증시 분위기를 한눈에 보여주는 기준으로 쓰인다. 이 지수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것은 특정 국가나 일부 종목이 아니라 유럽 시장 전반의 체력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날 STOXX 600은 전 거래일 대비 약 0.3% 이상 상승하며 588선을 넘어섰다.
국가별로 보면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는 소폭 상승해 9,800선을 웃돌았고 독일 DAX 지수도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프랑스 CAC40 지수는 약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지만 전체 시장 흐름을 꺾을 정도는 아니었다. 연말 휴장기를 앞두고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이 시장에서는 의미 있게 받아들여졌다.
이날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종목은 노보 노디스크였다. 이 회사는 비만 치료제로 잘 알려진 글로벌 제약사로 최근 미국에서 비만 치료제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하루 만에 약 10% 가까이 급등했는데 그 배경에는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 소식이 있었다.
미국 식품의약국인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가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를 먹는 형태의 약으로 판매하는 것을 승인했다는 발표가 전해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는 주사 형태가 아닌 알약으로 복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비만 치료제는 주사 방식이 많아 사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 먹는 약으로 허가를 받았다는 것은 환자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고 그만큼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이 이 소식을 회사의 중장기 매출 확대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주가가 급격히 반응했다.
제약주 강세는 노보 노디스크 한 곳에 그치지 않았다. 헬스케어 전반이 동반 상승하면서 STOXX 600 내 제약 섹터가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경기 변동에 비교적 덜 민감하고 실적 예측이 쉬운 업종이라는 점에서 연말 포트폴리오 재조정 국면에서 다시 선택받은 셈이다.
은행주도 이날 시장을 지탱하는 역할을 했다. 유로존 채권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은행들의 자금 조달 환경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고 이에 따라 금융주 전반이 강세를 나타냈다. 채권 금리가 급등하지 않고 유지되면 은행의 수익 구조가 급격히 흔들리지 않는다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다.
채권시장을 보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17% 수준에서 큰 변화 없이 움직였다.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소폭 상승했고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2%대 후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글로벌 금리 변동성이 크지 않았다는 점은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환경으로 작용했다.
한편 시장 외적인 불안 요인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군사 충돌은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 진행된 휴전 관련 협상도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유럽 시장의 잠재적 변수로 남아 있다. 다만 이날 증시에서는 이 같은 뉴스가 즉각적인 매도 압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와 파운드화가 달러 대비 큰 변동 없이 움직였다. 환율이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면서 수출 기업이나 금융시장 전반에 추가적인 충격을 주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환율보다 개별 업종과 기업 뉴스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거래일을 종합하면 12월 23일 유럽 증시는 제약주 호재를 계기로 연말 랠리를 다시 확인한 하루로 정리된다. STOXX 600의 사상 최고치 경신은 단기적인 뉴스 효과를 넘어 연말을 앞둔 투자자 심리가 여전히 위험 자산을 완전히 떠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비만 치료제처럼 글로벌 수요가 뚜렷한 산업이 유럽 증시의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의 관심은 당분간 제약과 헬스케어 업종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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