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마지막 거래주를 맞은 유럽 증시는 전반적으로 큰 방향성 없이 출발했다.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600 지수는 장 초반 보합권에서 움직였고 일부 국가 지수는 소폭 등락을 반복했다.
그러나 방위산업 관련 종목들은 시장 평균과 달리 뚜렷한 약세를 보였다. 이탈리아 방산기업 Leonardo 주가는 장중 4% 가까이 하락했고 독일의 Rheinmetall 역시 2% 이상 떨어졌다. 노르웨이의 콩스베르그와 독일 헨솔트, 스웨덴 사브 등 주요 유럽 방산 기업들도 2~3%대 하락을 기록했다.
유럽 항공우주·방산 업종 지수는 오전 한때 1% 이상 하락하며 시장 내에서 가장 약한 흐름을 보였다.
방산주 하락의 직접적인 계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평화 논의였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주말 회동 이후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두 정상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쟁점이 남아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전쟁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멈출 수 있다는 가능성에 먼저 반응했다. 전쟁이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자 무기와 군수품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부각됐고 이 영향이 방산주 매도로 이어졌다.
주식시장은 현실보다 기대를 먼저 반영하는 특성이 있다. 방산주는 전쟁 장기화 기대가 커질 때 주가가 오르고 평화 가능성이 언급될 때 주가가 빠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아직 계약이 취소되거나 국방 예산이 줄어든 것이 없어도 투자자들은 미래 수요 변화를 예상해 미리 주식을 사고판다.
이번 하락 역시 전쟁의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 기대 변화가 주가에 반영된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을 단기적 반응으로 평가했다. 덴마크 시드뱅크의 야콥 페데르센 애널리스트는 평화 협상이 진전되더라도 유럽의 국방비 지출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 각국이 군사력 부족을 체감했고 이로 인해 국방 투자 확대 기조가 이미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들은 중장기 국방 예산 증액 계획을 유지하고 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권고하는 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 비율을 맞추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방산 산업의 특성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방산 기업은 전쟁 상황에서만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다. 전투기와 장갑차, 방공 시스템 등은 한 번 계약이 체결되면 수년간 납품과 유지·보수가 이어진다.
이미 체결된 계약이 평화 논의만으로 즉시 취소되는 경우는 드물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노후 장비 교체와 군 전력 보강 수요는 계속 발생한다. 이 때문에 평화 기대가 커질 때 주가가 흔들리더라도 기업의 실적이 바로 악화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같은 날 유럽 증시에서는 업종별로 엇갈린 흐름이 나타났다.
방산주가 약세를 보인 반면 광산과 원자재 관련 종목은 상승했다. 은 가격이 한때 온스당 80달러를 넘기며 주목을 받았고 금과 구리 가격은 조정을 받았지만 연말 거래 특성상 자원주로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프랑스의 바이오 기업 아비박스처럼 인수설이나 개별 호재가 있는 종목은 시장 전반의 분위기와 무관하게 상승했다.
연말 휴장 시즌으로 거래량이 줄어든 점도 방산주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거래가 많지 않은 시기에는 특정 뉴스에 대한 반응이 과장되기 쉽다. 평화 논의 소식이 제한된 유동성 속에서 전해지면서 방산주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BEST 뉴스
-
400억 달러 AI 펀드 '파산설'…반도체주 덮친 청산 공포
AI 전문 헤지펀드 '밸류얼라인드리서치어드바이저스(VARA)'의 파산설이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 거액 투자자의 돈을 모아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다. 실제 청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VARA가 대량 보유한 종목들이 이번 주 매도세의 한가운데 있었다. 15일(미국 동부... -
캐시 우드 '스페이스X 줍줍' 멈췄다…로빈후드 팔고 코어위브·베라사이트 담아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ARK Invest)가 지난주 스페이스X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지난 6월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사들이던 종목이다. 같은 기간 아크는 AI·바이오·방산 기술주를 늘리고 로빈후드와 테라다인 등 많이 오른 종목은 덜어냈다. 12일 시킹...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미국의 9월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 예상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자 뉴욕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고용 둔화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 오른 5만1176.96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500... -
"팬더는 왔지만 반도체는 없었다"…미중 정상회담 성과는 '두 달짜리 휴전 연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이 25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사흘간의 일정에서 나온 가장 큰 성과는 양국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기로 한 합의다. 그 외에 AI 부문이나 지정학 현안에서 눈에 띄는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휴전 연장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 이미 공개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월가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저보스를 재무장관실 카운슬러로 영입했다.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채권시장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시장과 직접 대화할 인물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카운슬러는 장관을 보좌하는 고위 자문직으로 상원 인준이 필요 없어 ...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제 석유제품 시장이 출렁였다. 22일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를 내보내지 말자고 행정부 내부에서 주장해 왔다며 결정은 빠르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스콧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프랑스 국채금리 24년 만에 5% 뚫었다…독일과 격차 15년 만에 최대
-
"나쁜 배를 좋은 배로"…미국, 제재 유조선 매각 허용해 운임 잡는다
-
일본 경제사령탑 "디플레 시대 끝났다"…투자자에 '일본 다시 보라' 주문
-
트럼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바꿔야"…푸틴과 경유 거래 하루 만에 젤렌스키 정조준
-
트럼프 "이란과 합의 별로 안 내켜"…미 국방부는 '대규모 폭격' 준비 끝내라 지시
-
"팬더는 왔지만 반도체는 없었다"…미중 정상회담 성과는 '두 달짜리 휴전 연장'
-
미국,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새 관세 카드 일단 보류하나
-
금값 오르는데도 쓸어담네…중국, 22개월째 금 매집 '역대 최장'
-
베네수엘라, OPEC 창립 66년 만에 탈퇴 검토…미국과 손잡고 석유 판다
-
ECB 7월 회의록 공개…"추가 인상 필요"에 무게 실린 매파의 목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