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1조1000억 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이 관세를 앞세워 중국의 제조업 수출력을 억제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타격을 흡수하는 수준을 넘어 무역 전쟁 국면에서 오히려 성과를 확대했다.
글로벌 해상 물류와 공급망 데이터를 종합하면 중국의 수출 경쟁력 유지에는 두 가지 핵심 요인이 작용했다. 아시아 내 저관세 국가를 활용한 제조 공정 분산과 강제노동을 포함한 비용 절감 구조다.
중국 기업들은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시작된 관세 부과 이후 생산 구조를 빠르게 조정했다. 완제품을 중국에서 직접 수출하는 대신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로 중간 공정을 이전하거나 조립 단계를 분산시켜 관세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이 전략은 2025년과 2026년에도 유지되고 있다. 해상 물류 데이터 업체 비지온이 추적한 결과 2025년 하반기부터 중국과 동남아 간 물동량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고 2026년 초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새로운 거래 관계와 공급망이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 시도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2025년 11월 기준 미국의 글로벌 무역적자는 568억달러로 전월 대비 크게 확대됐다. 유럽연합과의 무역이 적자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고 중국과의 상품 무역적자는 약 139억달러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연간 기준 미국의 무역적자는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물류 업계는 동남아 국가의 수출 증가가 뚜렷하다고 분석한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주요 동남아 국가로부터의 미국 수입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표면상으로는 중국 의존도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생산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현지에 세운 공장에서 조립이나 마감 공정만 수행한 뒤 원산지를 변경해 수출하는 구조다.
공급망 리스크 관리 기업 엑시거는 중국의 무역흑자가 사실상 글로벌 제조 경로를 재설계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중국 자본이 100% 소유한 기업의 대미 수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해당 물량의 80%가 베트남을 통해 미국으로 유입됐다.
이탈리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구조는 2025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 정책은 빠르게 변하지만 제조 인프라는 단기간에 이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도 확인된다. 중국 창저우에 본사를 둔 가구 부품 제조사 에이치에이치씨 창저우는 2019년 미국의 관세 인상 이후 베트남 빈즈엉성에 100% 자회사 공장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연례 보고서에서 미국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를 피하기 위한 대응 조치였다고 명시했다. 생산의 핵심은 중국에 두고 조립과 수출 경로만 변경한 구조다.
이 같은 환적과 우회 수출은 미국 내 제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엑시거는 중국의 관세 회피로 인해 올해만 300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약 100만 개 이상의 제조 및 무역 관련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멕시코와 남미 국가들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과의 무역 협정에서 환적 물량에 대해 4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조항을 도입했지만 실제로 원산지를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부품과 중간재가 여러 단계를 거치며 이동하는 구조에서는 최초 생산지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제노동 문제도 공급망 재편의 중요한 축이다. 엑시거의 노동 리스크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중국과 중국 자본이 진출한 2차 생산국에서 강제노동 징후가 반복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생산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과정에서 강제노동에 의존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는 전 세계적으로 약 2800만 명이 강제노동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 중 63%가 민간 경제 영역에서 발생한다고 추산한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불법 수익은 연간 236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오랫동안 강제노동 문제로 국제 사회의 지적을 받아왔고 2026년에도 관련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 산하 강제노동 집행 태스크포스는 중국 기업 78곳을 추가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공급망에서의 노동 리스크는 최종 제조업체에서 여러 단계 떨어진 하청 구조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특정 원자재와 부품에 대해 사용 가능한 공장을 계약으로 제한하는 방식의 관리에 나서고 있다. 방산과 핵심 광물 분야에서 이러한 대응이 확산되고 있지만 전체 공급망을 감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엑시거는 중국 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강제노동을 활용해 생산한 저가 제품을 동남아 국가로 이전한 뒤 관세가 낮은 경로를 통해 미국과 글로벌 시장으로 재수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구 외에도 주방, 캐비닛, 자동차 부품, 전자제품 등 다양한 산업에서 이러한 구조가 확인되고 있다. 중간 국가에 세워진 공장은 실제 고용 효과도 제한적이어서 현지 일자리 창출 역시 크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미국 정부 재정에는 상당한 수익을 안겼다. 집권 2기 첫해 미국 세관국경보호청이 거둬들인 관세와 세금 수입은 3050억 달러를 넘었다. 이 중 관세 수입만 2509억 달러에 달했다. 관세 회피 단속과 소액 면세 제도 폐지로 추가 수입도 발생했다.
다만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국외에 그림자 공장을 구축하며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구조는 강제노동 단속과 원산지 규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으며 앞으로도 미국에 대항한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효율적인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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