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들이 관광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관광을 보조적 서비스업에서 국가 성장의 주력 엔진으로 격상시키는 방식이다. 공항과 도로 같은 기반 시설, 숙박과 교통 운영, 대형 이벤트와 전시, 부동산 개발과 투자를 하나의 산업 체계로 묶는 전략이 본격화됐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는 이 흐름을 가장 빠르게 수치로 입증한 도시다. 두바이 경제관광부에 따르면 2024년 두바이를 찾은 국제 오버나이트 방문객은 1,872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약 9% 증가한 수치이며 역대 최고 기록이다. 2025년 상반기에도 증가세는 이어졌다. 1월부터 6월까지 방문객은 988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늘었다. 두바이는 관광 증가가 소비 확대에서 더 나아가 외국인 거주자 유입과 기업 설립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두바이의 관광 전략은 특정 성수기에 의존하지 않는다. 연중 전시회와 국제 행사, 콘서트, 스포츠 이벤트를 분산 배치해 방문 수요를 상시 유지하는 구조다. 대형 전시회가 열리면 비즈니스 방문객이 유입되고 체류 기간이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호텔 점유율과 항공 노선 가동률이 함께 올라간다. 관광과 전시 산업을 동시에 키우는 방식이다.
아랍에미리트 연방 정부는 관광을 국가 성과 지표로 공식화했다. UAE 관광 전략 2031은 관광의 국내총생산 기여도를 4,500억 디르함으로 확대하고 호텔 투숙객 수를 4,000만 명까지 늘리는 목표를 제시한다.
관광 실적은 연도별로 관리되며 교통 인프라, 비자 정책, 도시 개발 계획과 연동된다. 관광 목표 달성 여부가 국가 정책 성과의 일부로 취급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더 큰 규모로 움직이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관광을 석유 이후 국가 경제의 핵심 축으로 명시했다. 사우디 관광청은 2030년까지 연 1억5,000만 명 방문객 유치를 목표로 설정했다. 국제 관광과 국내 관광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사우디는 이미 2024년에 1억 명이 넘는 방문객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우디의 관광 전략은 초고가 관광 중심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다. 중산층과 가족 단위 관광객을 포함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리조트 단지와 엔터테인먼트 시설, 문화·자연 관광지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홍해 연안 대규모 리조트, 네옴 프로젝트, 키디야 엔터테인먼트 도시가 대표적이다. 이들 프로젝트는 숙박 시설만이 아니라 공항과 도로, 주거지와 상업 지구를 함께 조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관광에 집중하는 이유는 산업 파급력 때문이다. 관광객이 늘어나면 항공과 숙박, 교통, 유통, 외식, 부동산, 금융이 동시에 작동한다. 방문객 수와 체류 기간, 1인당 지출은 정책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표다. 비자 완화나 항공 슬롯 확대, 이벤트 유치로 수요를 조정할 수 있다. 유가처럼 외부 변수에 전적으로 휘둘릴 필요가 없다.
최근에는 관광 정책과 거주·투자 정책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장기 체류 비자와 원격 근무 비자, 외국인 기업 설립 규제 완화가 관광 전략과 결합된다. 단기 방문객을 장기 거주자와 투자자로 전환하려는 구조다. 두바이와 사우디 모두 관광을 인구 유입과 자본 유치의 출발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제 국가 재정과 경제 평가에서 유가의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방문객 수, 체류 기간, 관광 소비 규모가 주요 지표로 관리되고 있다. 중동의 성장 지표 자체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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