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9일 아시아 금융시장은 일본발 정치 이벤트를 기점으로 강하게 반등했다. 일본 도쿄 증시의 니케이225지수는 이날 장중 5%를 넘는 급등세를 보이며 5만7천선을 돌파했고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일본 증시의 급등은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반등이 이어진 흐름과 관련이 있지만 시장 참가자들이 가장 강하게 반응한 요인은 전날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였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전체 465석 가운데 316석을 확보하며 단독 과반을 훌쩍 넘겼다. 연립 파트너를 포함한 여권 의석수는 352석으로 전체의 3분의 2를 웃돌았다. 일본 정치에서 이른바 슈퍼 과반으로 불리는 이 구도는 입법 전반을 안정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숫자다.
일본에서 헌법 개정 발의나 방위 관련 법률 개정 같은 민감한 사안은 높은 의석 장벽을 요구해 왔는데 이번 선거 결과로 여권은 이런 제약에서 상당 부분 자유로워졌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첫 전국 단위 정치 시험대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강한 보수 성향과 재정 지출 확대를 동시에 내세우는 노선을 유지해 왔다. 방위비 증액과 자위대 역할 확대 같은 안보 정책을 분명히 하면서도 생활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식품 관련 소비세 완화와 임금 인상 유도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물가 상승과 엔화 약세가 길어지며 체감 경기가 나빠진 상황에서 이런 메시지는 유권자들에게 매우 효율적으로 전달되며 자민당의 승리를 이끌었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금융시장은 이를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였다. 니케이225뿐 아니라 일본 증시 전반을 대표하는 토픽스지수도 2% 이상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화는 달러당 157엔 선을 회복하며 단기 반등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일본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강화되면 기업 투자와 재정 지출이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경제 지표들은 엇갈린 신호를 내고 있었지만 시장은 정치 이벤트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본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는 1월 기준 47선으로 기준치인 50을 밑돌며 경기 위축 국면을 시사했다. 명목임금 상승률도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 대출 증가율은 2021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하며 기업과 가계의 자금 수요가 여전히 견조함을 보여줬다. 정치적 안정성이 확보되면 이런 자금 흐름이 실물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증시에 반영된 것이다.
일본발 상승 흐름은 아시아 전반으로 확산됐다. 한국 코스피는 4% 넘게 오르며 사상 최고치 부근으로 올라섰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지수도 동반 상승했다. 홍콩 항셍지수 역시 미국 증시 반등과 일본 정치 리스크 해소 효과를 동시에 반영하며 강세를 보였다. 인도와 호주 증시도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나며 상승 마감했다.
자산시장 전반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비트코인은 급격한 변동성 이후 7만 달러 선 위에서 안정을 찾았고 금 가격은 달러 약세와 맞물리며 온스당 5천 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달러 인덱스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엔화와 일부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자금 흐름에도 미세한 변화가 감지됐다.
정치적으로 보면 이번 선거는 일본 내 권력 구도가 다카이치 총리 중심으로 재편됐음을 의미한다. 선거를 수행하며 자민당 내부에서도 강한 리더십을 확보한 총리는 향후 방위 정책과 재정 운용에서 보다 일관되고 강력한 정책 추진을 할 수 있게 된다.
일본 정부는 이미 트럼프의 재선 이후 방위비를 국내총생산 대비 2%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고 이번 의회 구도는 관련 법안 처리를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
대외 관계에서도 변화의 여지가 커졌다. 미국은 일본의 정치적 안정이 동북아 안보 구도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미일 동맹 강화를 전제로 한 협력 확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은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 가능성에 대해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정치적 안정성과 정책 추진력이라는 조건은 충족됐지만 실물 경제의 회복 속도와 글로벌 금융 환경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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