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트럼프에게 언급한 2400년 전 그리스 역사가…"투키디데스 함정" 무슨 뜻인가
- 고건 기자
- 입력 2026.05.1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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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주 앉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던진 한마디가 외교가의 시선을 끌었다.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을 피하고 강대국 관계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었다. 9년 만에 이뤄진 미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자리에서 중국 최고지도자가 고대 그리스 역사가의 이름을 직접 거론한 것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새로 부상하는 강대국이 기존 패권국을 위협할 때 양측이 결국 전쟁으로 치닫게 되는 구조적 긴장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 출신 장군이자 역사가였던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전쟁을 불가피하게 만든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것이 스파르타에 심어준 두려움이었다"고 적었다. 정치 전략과 인간의 행동, 군사력, 경제를 중심으로 역사를 분석한 그의 방식은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다.
이 고대의 통찰을 현대 미·중 관계에 적용한 인물이 하버드대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다. 그는 2017년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지난 500년간 신흥 강국이 기존 패권국에 도전한 16개 사례를 분석했고 그중 12건이 전쟁으로 끝났다고 밝혔다.
20세기 전반 일본의 부상은 진주만 공습과 미국의 2차대전 참전으로 이어졌고 영국과 독일의 충돌은 1차대전을 불렀다. 반면 냉전기 미국과 소련의 경쟁은 대리전은 있었으되 직접 충돌은 피했고 통일 이후 부상한 독일을 둘러싼 영국·프랑스와의 긴장 역시 무력 충돌 없이 관리됐다.
시 주석이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4년부터 같은 용어를 미·중 관계 맥락에서 반복적으로 써왔다.
시 주석이 이날 회담에서 가장 강한 어조를 쏟아낸 대목은 대만 문제였다. 그는 대만 문제가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미국이 이를 잘못 다룰 경우 양국은 "충돌과 분쟁"을 겪고 전체 관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 독립과 양안의 평화는 "물과 불처럼 양립할 수 없다"는 표현도 사용했다. 백악관이 회담 결과 발표문에서 대만 문제를 아예 언급하지 않은 반면 중국 외교부는 마오닝 대변인을 통해 이 발언을 강조했다.
미국은 오랫동안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면서도 군사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답을 흐리는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유지해왔다.
회담의 또 다른 축은 무역과 에너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미국산 대두와 액화천연가스, 원유 구매에 합의했고 보잉 737기 200대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잠재적으로 논의했던 희토류나 인공지능(AI) 분야 대형 합의는 발표되지 않았다. 중국은 회담 직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며 우호 분위기를 조성했다. 양국은 또 페르소만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돼야 한다는 점,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통과하던 길목이지만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이후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이란 사태 중재를 돕고 군사 장비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AI 분야에서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양국이 모델 안전과 비국가 행위자의 접근 차단을 위한 프로토콜 마련에 착수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엔비디아의 첨단 AI칩 H200의 중국 주요 기술기업 대상 판매를 일부 승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애플의 팀 쿡, 블랙록의 래리 핑크, 보잉의 켈리 오트버그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에 동행했다.
시장은 일단 환영했다. 14일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가 사상 처음 7,500선을 넘겼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70포인트 오르며 50,000선을 회복했다. 알리바바 주가는 8% 급등했으며 중국 인터넷 기업에 투자하는 KraneShares CSI China Internet ETF(KWEB)는 4월 중순부터 한 달간 5억달러 이상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다만 코넬대 앨런 칼슨 교수는 시 주석이 투키디데스 함정을 "피할 수 있다"가 아니라 "피할 수 있겠는가"라는 물음의 형태로 던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답을 단정하지 않은 화법 자체가 강대국 경쟁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길이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는 해석이다.
(사진 출처: H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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