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엔화, 또 '160 마지노선' 위협…호르무즈가 흔든 일본 경제

  • 고건 기자
  • 입력 2026.06.08 12:33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일본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0엔 선을 다시 위협받고 있다. 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160.20엔까지 올랐다. 같은 1달러를 사는 데 더 많은 엔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엔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엔화는 최근 한 달 새 2.4%, 1년 새 10.6% 약해졌다.

 

160엔은 일본 정부가 시장에 직접 손을 대는 기준선으로 통한다. 환율이 이 선을 넘어서면 당국이 엔화를 사들이고 달러를 내다 파는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시장이 예상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 엔화 방어를 위해 730억 달러 넘게 쏟아부었다. 2024년 이후 첫 개입이었다. 그러나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고 환율은 다시 160엔 코앞으로 밀려났다.


엔화 약세의 직접적 방아쇠는 중동 정세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대규모 공습을 가하고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한 뒤 이란이 보복에 나서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막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세계 시장으로 원유와 천연가스가 빠져나가는 가장 좁은 길목으로 세계 에너지 무역의 핵심 통로다. 이 길이 막히자 전쟁·위기 때 가장 안전한 돈으로 여겨지는 달러로 자금이 몰렸고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문제는 일본이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기댄다는 점이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일본은 원유 수입 대금을 치르기 위해 더 많은 달러를 사야 한다. 달러를 사려면 엔화를 내다 팔아야 하므로 유가 상승은 곧바로 엔화 매도 압력으로 이어진다.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9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어 엔화를 끌어내리기 쉬운 환경이 형성됐다.

 

전문가들도 이 점을 지적한다. 스웨덴 SEB의 거시전략가 구스타프 헬게손은 지금 엔화를 움직이는 가장 큰 요인이 수입품 값은 비싸지고 수출품 값은 그대로인 '교역조건 악화'라며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면 엔화를 짓누르는 압력도 누그러질 것으로 봤다.


좀 더 뿌리 깊은 원인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다. 일본의 기준금리는 0.75%로 미국과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다. 돈은 이자를 더 주는 쪽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5% 안팎에서 안정적인 반면 일본 10년물 금리는 큰 폭으로 떨어져 2.6%를 살짝 밑돌고 있다.

 

이 격차는 '엔 캐리 트레이드'라는 거래를 부추긴다. 이자가 싼 엔화를 빌려 이자가 높은 달러 자산에 투자해 금리 차이만큼 이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이런 거래가 늘수록 엔화는 팔리고 달러는 사들여져 엔화 가치를 장기적으로 짓누른다. 일본 국채 금리가 약세를 이어가고 양국 금리차가 미국에 유리하게 유지되는 한 엔화가 꾸준히 회복되기는 어렵다.


여기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내건 확장적 재정 정책도 엔화 약세 요인으로 깔려 있다. 정부가 돈을 많이 풀면 통화 가치는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일본은행(BOJ)은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할 더 긴축적인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시장은 재정 확대와 금리 인상이라는 상반된 신호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의회에서 국내 투자 확대와 공급망 강화, 성장 잠재력 제고를 강조하며 일본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통화 신뢰를 지키는 길이라고 밝혔다. 사쓰키 가타야마 재무상은 필요하다면 외환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돼 있으며 미국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엔화 약세가 오래갈수록 일본 가계와 기업이 치를 식품·에너지 수입 비용은 불어난다. 당국이 추가 개입에 나설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 와이이코노미 & www.yeconomy.ai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엔화, 또 '160 마지노선' 위협…호르무즈가 흔든 일본 경제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