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농산물 수출 1위 자리를 100년 가까이 지켜온 미국이 브라질에 추월당하기 직전에 놓였다. 두 나라의 격차가 사실상 통계적 오차 수준까지 좁혀지면서 순위 역전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농무부(USDA) 자료와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은 지난해 농산물을 1710억 달러어치 수출했다. 브라질의 수출액과 비교하면 20억 달러 많은 데 그쳤다. 브라질 농업부가 집계한 2025년 농업 수출액은 1692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고, 미국과의 격차는 1.2%에 불과했다. 브라질 수출 규모로 환산하면 4일 반치 물량 차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전혀 달랐다. 2021년 미국은 브라질을 560억 달러 차이로 앞서 있었다. 시야를 더 넓히면 격차는 극적으로 줄었다. 세계무역기구(WTO) 통계로 2005년 미국의 농산물 수출액은 브라질보다 137% 많았지만 20년 만에 그 우위가 1.2%로 쪼그라들었다.
역전의 배경에는 두 나라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흐름이 관찰된다. 미국 수출은 2022년 2000억 달러 부근에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을 걷고 있다. 반면 브라질은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려 왔다. 두 선이 만나는 지점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미국 농업이 흔들린 결정적 계기는 무역 전쟁이다. 미국은 2022년부터 농산물 무역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진 상태로, 수출액은 3년 연속 줄어드는 동안 수입은 계속 늘었다. USDA는 2025 회계연도 농업 무역적자가 약 495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적자 규모는 2023 회계연도 167억 달러에서 2024년 318억 달러로 불어난 뒤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핵심은 중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세 갈등을 이어가자 중국은 미국산 대두(콩) 구매를 대폭 줄이고 브라질산으로 돌아섰다. 대두는 브라질 농업 수출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품목이다.
그 덕에 2025년 브라질의 대두 대중국 수출은 8500만t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브라질의 전체 대두 수출량도 1억820만t으로 역대 최고였고, 이 품목에서만 435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중국은 브라질 농산물의 32.7%를 사들이며 최대 고객 자리를 지켰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해 11월 무역 합의를 맺으면서 중국이 2026~2028년 매년 미국산 대두 2500만t을 사기로 약속했지만, 이 물량은 2020년 중국이 수입한 3400만t에 크게 못 미친다. 한번 브라질로 넘어간 시장을 되찾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미국은 오히려 브라질을 향해 관세 카드를 꺼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6일 브라질산 제품 대부분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브라질의 무역 관행과 미국 기업에 대한 대우를 문제 삼은 조치다. 다만 커피와 소고기 등 주요 농산물은 관세 대상에서 빠졌다.
미국이 브라질에서 사들이는 물량이 많아 관세를 물리면 자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미국에 커피를 지난해 사상 최대인 26억8000만 달러어치 수출했고 소고기 수출도 늘고 있다.
브라질은 관세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넓히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인도, 유럽연합(EU)으로 수출처를 다변화했다. 특히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EU가 최근 무역 협정을 맺으면서 유럽 시장의 문이 넓어졌다. 2026년 상반기 브라질 농업 수출액은 870억 달러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갈아치웠다.
브라질 농산물 수출의 강세는 통계 집계 방식 차이도 감안해야 한다. 미국은 순수 농산물 위주로 집계하는 반면, 브라질은 임산물과 수산물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의 농업 통계를 쓴다. 그럼에도 소고기에서 브라질은 2025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에 올랐다.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면화 역시 세계 최대 수출국 지위를 굳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브라질을 앞세운 중남미가 2035년까지 세계 최대 농산물 수출 지역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했다. 브라질의 농업 팽창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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