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9월 경제가 두 얼굴을 드러냈다. 공장은 다시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소비는 여전히 위축되어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10월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산업생산은 전년 같은 달보다 6.5% 증가하며 8월의 5.2%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5.0%를 웃돈 수치다.
공장 생산이 늘어난 것은 자동차, 반도체, 기계 장비 같은 제조업 부문이 활기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특히 ‘고기술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전기차, 태양광, 로봇 생산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설비 제조업 부가가치는 9.7% 늘었고 첨단 제조업도 9.6% 성장했다.
반면 소비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9월 소매판매는 3% 증가에 그치며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 달 전인 8월에는 3.4%였는데 오히려 속도가 둔화된 셈이다. 공장은 열심히 제품을 찍어내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돈을 쓰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공장 중심의 회복은 빠르지만 가정과 상점 중심의 회복은 느리다”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9월 한 달 동안의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18% 줄었다.
전체적으로 봐도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소비 증가율은 4.5%로, 경기 부진이 길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시장은 약간의 개선세를 보였다. 도시 지역의 공식 실업률은 5.2%로 전월의 5.3%보다 낮아졌다. 실업률이 낮아졌다는 건 일자리가 조금은 늘었다는 뜻이지만 청년층이나 외국인 근로자 중심으로 여전히 취업난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 쪽은 나아지고 있지만 서비스업과 소비업종에서는 채용이 여전히 조심스럽다는 평가다.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침체 국면이다. 중국 70개 주요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2.2% 하락해 8월의 2.5% 하락보다 낙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떨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집값 하락은 자산가치가 줄었다는 뜻이라 중산층의 소비 여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중국의 산업설비 가동률은 1년 전보다 낮아진 74.6%로 집계됐다.
공장을 더 많이 돌리고 싶어도 재고가 쌓이거나 수요가 약해 속도를 못 내고 있다는 의미다.
물가 흐름도 문제다. 9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대비 0.3% 하락, 생산자물가(PPI)는 2.3% 하락으로 집계됐다. 즉, 물건값이 오르지 않고 되려 떨어지고 있다. 겉보기엔 소비자에게 좋은 일처럼 보이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디플레이션, 즉 ‘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며 경제가 식는’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물건을 만들어도 가격을 올리기 어렵고, 이익이 줄면 임금 인상도 어려워진다. 소비가 다시 위축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3분기 GDP는 전년 대비 4.8% 성장해 예상치였던 4.5%를 웃돌았다. 전 분기 대비로도 1.1% 늘어나며 중국 경제가 최소한 ‘멈추지는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다만 성장은 산업이 끌고 가는 형태에 머물고 있고 서비스업의 성장률이 5.4%로 다소 높지만 내수 중심 경제로의 전환이라 부르긴 어렵다. 공장의 불빛은 다시 켜졌지만 거리의 소비에는 아직 불빛이 들어오지 않은 셈이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경기 부양과 물가 안정 사이에서 줄타기 중이다. 인민은행은 10월까지 다섯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재정부는 올해 들어 세수 증가율이 0.5%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재정 여력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나 소비 촉진을 위한 소규모 보조금 정책 같은 미세조정 위주로 대응 중이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부양책이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전반적으로 2025년 하반기로 접어들며 중국의 공장들은 다시 힘을 내고 있지만 가계와 소비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은 상태다. 산업 중심의 회복이 진짜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소비가 살아나야 하고 소비를 되살리려면 부동산 가격 안정과 일자리 확충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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