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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무역 갈등에 흔들린 ‘디왈리의 불빛’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10.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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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최대 명절 디왈리가 시작됐지만 수출업계의 분위기는 어둡다. 미국의 고율 관세가 인도 제조업의 핵심 축인 섬유와 보석 산업을 정면으로 강타하면서 올해 축제의 불빛은 유난히 희미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의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상으로 4월부터 9월까지 458억 달러가 미국으로 향했다. 그러나 8월부터 관세가 본격 시행되자 수출 흐름이 끊기고 생산 라인이 멈췄다. 수출로 먹고사는 수천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섬유산업만 해도 4500만 명이 직접 고용돼 있고 보석·주얼리 산업 종사자는 500만 명이 넘는다. 업계에서는 미국 바이어들의 주문이 사실상 중단되며 창고마다 재고가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주문 기반으로 움직이는 의류 제조업체들은 이미 투입한 원자재 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채 공장 가동을 줄였다. 통계로도 충격은 드러난다. 7월까지만 해도 섬유 수출이 전년 대비 5% 성장했지만 9월에는 10% 가까이 줄었다. 

 

인도의 섬유 수출 규모는 365억 달러로 그중 109억 달러가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 시장이 막히면서 일부 기업은 디왈리 시즌이 끝나는 대로 생산을 축소하거나 해외 수주를 포기하고 있다.


보석 산업의 손실은 더 뚜렷하다. 2025회계연도 기준 인도의 보석·주얼리 수출은 298억 달러였고 이 중 3분의 1이 미국 시장으로 향했다. 이번 관세 여파로 약 90억 달러의 매출이 증발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미국으로 수출되는 다이아몬드 주얼리가 전체의 80%, 금 제품이 15%를 차지해 미국 수요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인도가 세계 다이아몬드 가공의 90%를 담당하는 만큼 유럽이나 중동으로의 우회 수출이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손실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실제 9월 보석 수출 증가율은 0.4%에 그쳐 7월의 28.9% 성장세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타격은 섬유와 보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북서부 조드푸르의 목재 가구 수출업체들은 팬데믹 이후 급증했던 미국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설비를 확장했지만 지금은 절반 가까이 공장이 멈췄다. 관세 이전엔 2.5~5%였던 세율이 50%를 넘어서면서 미국 시장이 사실상 닫혔기 때문이다. 

 

조드푸르는 연간 500억 루피, 약 5억7천만 달러어치의 가구를 생산하며 절반을 미국으로 보냈다. 하지만 관세 부담으로 미국 수입업체들이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서 수익성이 무너졌다. 업계에서는 “15% 수준이면 버티겠지만 25% 이상이면 불가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도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에서는 양국이 관세를 현행 50%에서 15~16% 수준으로 낮추는 합의에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조건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인도는 이번 협상이 타결되면 멈춰선 주문과 생산 라인이 되살아나고 고용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협상이 무산된다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 전반이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시장의 소비심리는 그나마 견조하다. 물가 안정과 소득 증가로 명절 소비가 늘고 있지만 제조업 경기 침체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다. 환율 측면에서도 루피화는 관세 불확실성과 교역 둔화로 약세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들은 여전히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의류, 여성 패션 중심의 성장 기대감이 높은 상태이며 대외 수출 부문이 회복된다면 내수만으로 경제 활력을 유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인도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월 23일 기준 센섹스와 니프티50 지수는 각각 0.8% 상승하며 올해 들어 9~10% 올랐다. 인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6.527%로 소폭 올랐다. 

 

인도의 금융시장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제조업 기반의 경기 둔화는 기정사실이다. 인도 증시는 신흥국 비중이 커진 덕에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되었지만 실물경제의 흐름은 여전히 고율 관세의 그림자 아래 놓여 있다. 축제의 불빛이 꺼지면 인도 산업이 마주할 현실은 더욱 냉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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