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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무역흑자 급등, 미국향 수출이 분수령 되나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11.1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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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경제가 3분기에도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한 가운데 9월 무역흑자가 뚜렷하게 확대되며 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다. 유럽연합 통계국인 유로스타트가 공개한 자료에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전분기 대비 0.2퍼센트 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달 발표된 예비치와 동일한 수치로 올해 이어진 불안한 교역환경 속에서도 20개 회원국 경제가 최소한의 성장동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은 1.4퍼센트로 집계되며 사전에 진행된 로이터 설문에서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1.3퍼센트를 상회했다. 

 

유로존 전체 수치는 스페인의 견조한 성장세에 힘입은 결과로 평가된다. 프랑스가 완만한 경기 흐름을 이어간 반면 독일은 생산부진과 민간소비 정체가 겹치며 세 번째 해 연속 제자리 수준에 머물렀다.


유럽 통계당국이 공개한 무역지표에서는 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 9월 유로존 상품 무역흑자는 19.4억유로로 전월 1.9억유로에서 크게 확대됐다. 수출은 256.6억유로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7.7퍼센트 증가했다. 수입은 237.1억유로로 5.3퍼센트 증가했다. 수출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진 만큼 흑자 폭이 확연히 벌어진 셈이다. 

 

특히 미국향 수출이 강하게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유럽연합 전체 기준으로 보면 9월 미국향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15퍼센트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의 대미 무역흑자는 22.2억유로로 8월 6.5억유로와 전년 9월 18.5억유로를 모두 웃돌았다. 

 

유로존 차원에서도 흑자 규모는 올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미국 기업들이 관세 부과를 앞두고 재고 확보를 서두르며 수입 물량을 늘린 영향이 있었다.


품목별로는 화학제품과 제약품 수출이 두드러졌다. 유로스타트는 전체 흑자 확대로 이어진 주요 요인으로 화학부문과 기계류 부문의 견조한 흐름을 꼽았다. 유럽 내 제약기업 상당수가 아일랜드에 세워놓은 생산기지에서 세계시장 공급을 맡아왔던 점을 고려하면 특정 기업의 생산 일정이나 선적 물량 변화가 월별 수치를 흔들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나온다. 

 

통계 당국 역시 월별 수출입 수치는 일회성 요인에 좌우되기 쉬우므로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로존 일부에서는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 이후 유럽 제품이 다시 미국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중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실제로 올해 초 관세 조정이 이뤄진 직후 수요가 둔화했지만 3분기 들어 미국 기업들이 수입 물량을 다시 늘리는 조짐이 나타났다. 

 

앞선 3월에 미국 기업들이 재고 확보를 이유로 선제 구매에 나섰던 흐름이 재차 반복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지속적인 추세로 보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분명하다. 유럽 통계자료에서 제약품 수출 물량이 워낙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반복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 측면에서는 긍정 평가와 회의론이 함께 존재한다. 유로존의 전분기 대비 0.2퍼센트 성장률은 경기침체 우려를 피해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올해 유럽경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국과 중국 사이의 통상갈등 확산에 영향을 받아 제조업 분야가 전반적으로 흔들렸다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전년동기 대비 1.4퍼센트 성장에 머무른 점은 여전히 회복 속도가 비교대상 국가보다 느린 상태임을 보여준다. 스페인이 고용 개선과 관광 회복에 힘입어 성장률을 견인하고 있지만 독일은 성장률이 사실상 정체돼 유로존 평균을 끌어내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올해 들어 물가 안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긴축을 크게 완화하지 않은 점도 내수 회복을 더디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9월 무역흑자 확대가 향후 유로존 성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다. 이번 수치는 미국향 수출이 강하게 뒷받침된 결과라는 점에서 향후 미국수요가 흔들릴 경우 유럽수출도 연동 하락할 위험이 있다. 

 

미국과 유럽 간 교역은 최근 관세 관련 조정이 반복됐고 일부 품목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 유럽 최대 제조국인 독일에서는 올해 들어 미국향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며 9월에 전월 대비 증가폭이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그러나 독일 주요 제조업체들은 생산환경 악화와 전력비 부담이 여전히 남아있고 세계경기 둔화 위험도 경고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수치를 해석할 때 월별 지표에 대한 과신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로스타트가 이날 자료 발표에서 강조한 부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유로존의 무역흑자는 특정 품목 선적시기나 관세 조정 이전의 선제 발주 같은 일시적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기지가 몰려 있는 아일랜드에서 특정 신약 물량이 한꺼번에 선적되면 유로존 전체의 제약류 수출통계가 크게 출렁이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미국기업들의 재고전략 역시 경기전망과 관세일정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이번 흑자를 추세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럽 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한 진단도 다양하다. 스페인이 관광과 내수 회복으로 유로존 성장률을 끌어올린 반면 독일은 제조업 부진과 소비 위축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프랑스는 에너지 비용 하락과 서비스 소비 증가가 일부 회복효과를 냈다. 

 

그러나 유로존 전체로 보면 구조적 성장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수출 증가가 단기 요인에 그칠 경우 내수 둔화가 장기적으로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올해 금리정책에서 조심스러운 접근을 유지한 만큼 통화정책이 경기반등을 강하게 자극하는 국면은 아니다.


무역흑자의 급증이 일부 산업군에는 긍정 신호가 될 수 있다. 화학제품과 기계류는 미국시장 수요가 유지될 경우 수출 호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제약부문 역시 글로벌 기업의 공급 일정이 고르게 유지된다면 이전과 달리 변동성이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관세정책 불확실성과 세계 경기둔화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유로존 성장률이 완만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수출 증가가 일정 기간 지속될지 여부가 내년 상반기 경기전망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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