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오랫동안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강도 높은 경기부양 패키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위기가 금융시스템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번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책당국이 모기지 보조금 지급과 같은 전국 단위의 지원책까지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눈에 띄는 논의는 전국 모든 신규 주택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모기지 보조금 지급이다. 지금까지는 도시별로 제한적 지원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중앙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기존 대출자에게는 소득세 환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 주택 거래 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낮추는 조치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부동산 관련 비용 구조를 통째로 낮춰 주택 수요를 다시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정부가 이처럼 전면적인 부양책을 고려하게 된 배경에는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가 있다. 중국의 주택 시장은 4년 넘게 하락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경기 둔화와 가계 소득 감소가 맞물리면서 집을 살 여력이 줄어들었고 매매 거래는 얼어붙었다.
올해 2분기 이후 주요 도시의 주택 판매는 다시 감소했고 고정자산 투자도 크게 위축되면서 전체 경기 회복을 막고 있다. 부동산이 중국 내 소비와 고용 그리고 가계 자산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악순환이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을 끌어내리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금융권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경기 둔화와 주택 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가계의 상환 능력이 떨어졌고 그 여파가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피치 레이팅스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9월 말 기준 약 3조5000억 위안으로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가계 대출 부실과 기업 부도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흐름이라 금융권이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보고 부동산 부양 패키지 검토에 속도를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여러 차례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기 위한 조치를 내놨다. 대출 규제 완화, 금리 인하, 일부 도시의 구매 제한 해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시장 신뢰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적 조치만으로는 매수세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퍼지면서 더 큰 규모의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논의되는 모기지 보조금과 세제 혜택은 소비자 부담을 직접 줄여 거래를 회복시키겠다는 보다 직선적인 방식이다.
다만 정책 시행 시점과 구체적인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일부 당국자들은 이 패키지가 이미 3분기부터 논의돼 왔지만 중국 정부가 경제 상황과 시장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최적의 발표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은 부양 강도를 조절하면서도 시장에 과도한 신호를 주지 않으려는 경계심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식 시장에서는 이번 논의가 투자 심리를 크게 흔들지는 못했다. 같은 날 상하이 종합지수는 0.2% 상승해 3950선을 유지했지만 선전지수는 소폭 하락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예고한 대로 기준 대출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은 정책 기대감과 신중한 관망세가 섞인 흐름을 보였다. 위안화 역시 1달러당 7.11위안 부근에서 안정된 움직임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제대로 된 부양책을 가지고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기업들의 연쇄 디폴트 우려를 해소하고 지방정부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식 없이는 수요 부활이 오래가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이번 논의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경우 시장은 일시적 반등을 보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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