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연일 최고 수준을 기록하자 그동안 금고에서 움직이지 않던 금괴가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전에는 금을 사두면 보유하는 것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부자들이 자기 금을 제련업체와 주얼리 업체에 빌려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받는 거래가 늘고 있다.
금을 가진 사람은 금을 팔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고 금을 써야 하는 업체는 비싼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진 모습이다.
이 변화의 출발점은 금값 상승이다. 금값이 계속 올라가면서 주얼리 업체와 제련업체는 재고를 확보하려 할 때 필요한 비용이 크게 늘었다. 금을 사서 보관하는 순간 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부담이 커지고 은행 대출을 받자니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다.
결국 업체들은 금을 직접 사는 대신 필요한 기간 동안 빌려서 쓰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반대로 금을 보유한 부자들은 보관만 하던 금을 임대해서 연 2%에서 4% 정도의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참여를 늘리고 있다. 예금보다 나은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 임대 방식은 간단하다. 금을 가진 사람이 플랫폼이나 중개업체에 금을 맡기면 업체는 그 금을 다시 제련업체나 주얼리 제조업체에 빌려준다. 빌려 간 업체는 사용한 뒤 같은 중량과 순도의 금을 다시 채워 넣거나 정해진 임대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마무리한다.
과거에는 이런 거래가 은행이나 전문 기관 사이에서만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개인 자산가와 패밀리오피스까지 참여 대상이 넓어지고 있다. 금을 보관만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실제 시장에서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금 임대 시장에는 위험도 존재한다. 가장 큰 위험은 빌린 업체가 제때 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은 실물이기 때문에 사라지면 찾기 어렵고 한 번 문제가 생기면 보유자에게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돌려받은 금의 순도나 중량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감정 절차와 검증 장치는 필수다. 이런 이유로 플랫폼들은 보험 가입과 담보 설정 같은 장치를 앞세워 신뢰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괴마다 식별 태그를 부착해 이동 경로를 추적하거나 업체 내부에서 금 사용 상황을 감시하는 기술도 도입되고 있다.
금의 이동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이런 장치가 시장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금 임대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냈다. 금은 그동안 보유만 하고 있어서는 아무런 현금흐름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특히 배당이나 이자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에게는 금은 관심 밖의 자산에 가까웠다. 하지만 금을 임대하는 방식은 금을 팔지 않아도 수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다만 금 임대 수익은 안전장치가 얼마나 튼튼한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보장된 수익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어느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느냐에 따라 위험 수준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구조와 조건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금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동안 금 임대 시장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주얼리 업체와 제련업체는 금을 직접 사서 재고를 쌓는 방식으로는 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빌려 쓰는 방식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
금을 가진 사람 또한 금을 그대로 보유하면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참여 동기는 충분하다. 플랫폼들은 보험과 기술 장치를 통해 신뢰를 확보하려 하고 있어 시장의 장벽이 낮아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지금까지 금이 갖고 있던 보관 중심의 이미지를 넘어 활용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금 임대 시장은 금값 상승이라는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흐름이다. 금을 바라보는 방식은 옛날과 비교하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바뀌고 있으며 앞으로 시장 참여자가 더 늘어난다면 금의 역할은 지금보다 더 다양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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