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시간으로 11월 19일 공개된 경제 지표들이 시장에 던진 메시지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이 드러났다. 표면적으로는 무역적자가 큰 폭으로 줄며 미국 경제가 한숨 돌린 듯한 흐름을 보였지만 세부 데이터를 뜯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이날 미국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은 8월 미국의 상품 및 서비스 무역적자가 596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무려 23.8%나 축소된 수치로 최근 몇 달 사이에 보기 드문 폭의 개선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수출이 뛴 것도 아니고 내부 생산 경쟁력이 단숨에 강화된 것도 아니었다. 수출액은 거의 움직임이 없었고 수입이 6.6% 감소한 것이 이 숫자의 핵심이었다. 수입이 줄면 외관상 적자는 줄어 보이지만 이는 미국 소비자와 기업이 해외에서 사들이는 물건의 규모가 축소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기 흐름이 탄탄할 때는 일반적으로 수입이 먼저 늘어나고 소비가 강하게 붙지만 이번 개선은 그런 패턴과 거리가 있었다. 시장에서 이를 좋은 뉴스로 간주하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의 소비는 전체 경제의 약 70%를 차지한다. 수입 감소가 단순히 재고 조절 과정 정도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소비 둔화 신호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높은 금리, 집값 상승에 따른 부담, 카드 연체 증가 등이 겹치면서 미국의 실질 소비 여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이번 무역적자 축소 수치가 이런 흐름을 다시 확인하는 결과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더욱이 제조업 경기 진입재고가 늘고 있다는 다른 통계와 맞물리면 미국 내 주문이 조용히 식어가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그동안 미국 내 제조업 PMI나 서비스 PMI 지표가 ‘확장-수축’ 경계선 근처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수입 감소 수치는 더 신경 쓰이는 흐름이다.
한편 같은 날 공개된 다른 경제 분석은 정반대의 측면을 보여줬다. 모닝스타가 정부 자료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셧다운 사태로 행정기관이 멈추기 이전까지는 평균 이상 속도로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정부가 멈추면서 각 부처의 통계 발표가 줄줄이 지연됐지만 자료가 다시 정리되자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훨씬 견조한 흐름을 유지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용시장 탄탄함, 서비스업 중심의 소비 유지, 일부 제조업 회복 조짐까지 겹치며 ‘셧다운 직전까지는 괜찮았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셧다운은 경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이 멈춰서 생긴 통계 공백이었기 때문에 실물 경기의 기초 체력은 그대로 유지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이 역시 장밋빛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셧다운 이전의 탄탄한 흐름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최신 통계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그 사이 고금리 부담은 더 누적됐고 가계는 저축률을 급격히 소진했으며 기업은 투자 대신 현금 보유를 늘리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따라서 ‘셧다운 이전에는 성장세가 좋았다’는 사실은 과거 상황을 보여주는 데이터에 가까울 뿐 향후 흐름을 보장해주는 신호가 되기는 어렵다. 결국 이날 두 가지 지표가 동시에 전달한 메시지는 미국 경제가 외견상 안정적인 모습과 내부 수요 둔화 가능성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복합적 상황이다.
무역적자 축소가 긍정적인 지표처럼 보이지만 수입 감소라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숫자는 경제의 체온이 떨어지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반면 셧다운 이전의 데이터는 미국 경제가 한동안 높은 금리 환경 속에서도 상당한 회복력을 유지해 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시장은 이제 이 두 가지가 어떤 방향으로 기울지 판단해야 한다. 향후 발표될 근원 소비지표, 소매판매, 고용 통계 등이 미국 경기의 향방을 결정하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지금 드러난 신호들이 상반된 두 가지 흐름을 동시에 담고 있는 만큼 미국 경제의 다음 행보가 더 중요한 시점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BEST 뉴스
-
400억 달러 AI 펀드 '파산설'…반도체주 덮친 청산 공포
AI 전문 헤지펀드 '밸류얼라인드리서치어드바이저스(VARA)'의 파산설이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 거액 투자자의 돈을 모아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다. 실제 청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VARA가 대량 보유한 종목들이 이번 주 매도세의 한가운데 있었다. 15일(미국 동부... -
캐시 우드 '스페이스X 줍줍' 멈췄다…로빈후드 팔고 코어위브·베라사이트 담아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ARK Invest)가 지난주 스페이스X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지난 6월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사들이던 종목이다. 같은 기간 아크는 AI·바이오·방산 기술주를 늘리고 로빈후드와 테라다인 등 많이 오른 종목은 덜어냈다. 12일 시킹...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미국의 9월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 예상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자 뉴욕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고용 둔화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 오른 5만1176.96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500... -
"팬더는 왔지만 반도체는 없었다"…미중 정상회담 성과는 '두 달짜리 휴전 연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이 25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사흘간의 일정에서 나온 가장 큰 성과는 양국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기로 한 합의다. 그 외에 AI 부문이나 지정학 현안에서 눈에 띄는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휴전 연장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 이미 공개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월가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저보스를 재무장관실 카운슬러로 영입했다.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채권시장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시장과 직접 대화할 인물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카운슬러는 장관을 보좌하는 고위 자문직으로 상원 인준이 필요 없어 ...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제 석유제품 시장이 출렁였다. 22일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를 내보내지 말자고 행정부 내부에서 주장해 왔다며 결정은 빠르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스콧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금리 세 번 더 올린다"는 월가 베팅에 엘에리언 "과하다"…기술주 급락이 변수
-
이란 전쟁 8개월에 한 집당 2000달러 증발…’전쟁 청구서' 받아든 미국 가계
-
전쟁도 불황도 없는데 적자 2조달러…미국 국채금리 6% 경고등
-
미 국채금리 24년 만에 최고인데…채권펀드엔 '역대급' 뭉칫돈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
연준 서열 3위 윌리엄스 "서두를 필요 없다"...금리인상 분위기 급반전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
AI도 '대마불사'로 가나…연준 인사가 던진 경고성 질문
-
미 국채 금리 5.2% 돌파…"국가부채 위기? 489조 달러 민간자산 보라" 반론도 나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