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내놓은 분석에서 관세가 단기와 장기에서 정반대의 효과를 낸다는 평가가 나왔다. 관세가 시행되면 소비와 투자가 움츠러들며 물가가 먼저 꺾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비용이 쌓이면서 오히려 더 높은 물가를 만드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앞으로 미국 통화정책 논의에서 핵심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분석은 샌프란시스코 연준 경제연구부 소속 연구진이 지난 40년 동안 여러 나라에서 관세가 바뀌었던 시점을 추적해 경제 흐름을 비교한 결과다. 연구진은 관세가 오르면 시장이 불안해지고 기업과 가계가 지출을 줄이면서 경제 활동이 일시적으로 식는다고 설명했다.
이 단계에서는 수요가 떨어져 물가가 같이 내려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쉽게 말해 ‘관세 충격 → 불확실성 확대 → 소비·투자 위축 → 물가 하락’이라는 단순한 흐름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시간이 지나 경제 활동이 점차 회복되면 관세가 만든 비용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수입업자들은 관세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고 기업들은 더 비싼 재료를 사용하게 되면서 생산비가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물가도 다시 밀린다.
연구진은 “초기에는 수요 부진이 중심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공급 측 비용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쪽으로 무게가 이동한다”고 정리했다.
이런 결론은 국제 연구들과도 대체로 일치한다. IMF와 세계은행은 2010년대 후반부터 관세 인상이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물가를 올리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반복해서 경고해왔다. 특히 2018~2019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데이터는 관세 충격이 어떻게 소비자 가격에 직접 전달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당시 많은 연구들은 “관세 부담이 해외 기업이 아니라 미국 수입업자와 소비자에게 거의 그대로 전가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수입 가격이 올라가자 몇 달 뒤 소비자물가에까지 영향을 주는 흐름이 여러 품목에서 확인됐다.
연준 산하 지역은행의 후속 연구도 비슷한 그림을 제시한다. 애틀랜타 연준과 보스턴 연준은 최근 보고서에서 “관세는 국경을 넘을 때 붙는 세금과 같아서 수입 가격을 먼저 밀어 올리고 물가에 단계적으로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즉 초기에는 경기가 식으면서 물가가 눌리지만 관세가 유지되는 동안 비용 압력은 사라지지 않고 쌓인다. 기업이 이 비용을 완전히 흡수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최근 무역 정책 충격을 따로 식별한 연구에서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거친 무역 분쟁이나 대규모 관세 인상은 초기에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키워 소비와 투자를 내려앉히지만 이후 공급망이 재편되고 조정 비용이 발생하면서 물가가 되레 튀어 오르는 패턴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공급망을 다시 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기업의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주며, 이는 장기적으로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관세와 통화정책의 조합은 예상보다 복잡한 결과를 만든다. 보통 물가가 눌리면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를 검토하지만 관세로 인한 물가 하락은 오래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비싼 재료비와 물류비가 물가를 밀어 올리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성급하게 금리를 낮출 경우 오히려 뒤늦게 인플레를 키우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연준이 “정책 반응 시점을 잘못 잡으면 물가 안정 목표를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구진은 이번 결론을 그대로 현재 미국 상황에 대입하기는 조심스러워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최근 미국이 추진하는 관세는 과거 평균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정치적 불확실성도 더 심해 비교 대상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럼에도 장·단기 효과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패턴은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만큼 정책당국이 무시하기 어려운 신호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관세는 단기적으로는 경기와 물가를 잠깐 누르는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생산비 상승과 비효율을 남겨 물가를 더 자극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주요 연구기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관세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느리게 나타나는 만큼 정책당국은 일정한 시차를 고려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BEST 뉴스
-
400억 달러 AI 펀드 '파산설'…반도체주 덮친 청산 공포
AI 전문 헤지펀드 '밸류얼라인드리서치어드바이저스(VARA)'의 파산설이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 거액 투자자의 돈을 모아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다. 실제 청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VARA가 대량 보유한 종목들이 이번 주 매도세의 한가운데 있었다. 15일(미국 동부... -
캐시 우드 '스페이스X 줍줍' 멈췄다…로빈후드 팔고 코어위브·베라사이트 담아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ARK Invest)가 지난주 스페이스X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지난 6월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사들이던 종목이다. 같은 기간 아크는 AI·바이오·방산 기술주를 늘리고 로빈후드와 테라다인 등 많이 오른 종목은 덜어냈다. 12일 시킹...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미국의 9월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 예상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자 뉴욕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고용 둔화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 오른 5만1176.96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500... -
"팬더는 왔지만 반도체는 없었다"…미중 정상회담 성과는 '두 달짜리 휴전 연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이 25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사흘간의 일정에서 나온 가장 큰 성과는 양국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기로 한 합의다. 그 외에 AI 부문이나 지정학 현안에서 눈에 띄는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휴전 연장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 이미 공개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월가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저보스를 재무장관실 카운슬러로 영입했다.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채권시장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시장과 직접 대화할 인물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카운슬러는 장관을 보좌하는 고위 자문직으로 상원 인준이 필요 없어 ...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제 석유제품 시장이 출렁였다. 22일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를 내보내지 말자고 행정부 내부에서 주장해 왔다며 결정은 빠르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스콧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금리 세 번 더 올린다"는 월가 베팅에 엘에리언 "과하다"…기술주 급락이 변수
-
이란 전쟁 8개월에 한 집당 2000달러 증발…’전쟁 청구서' 받아든 미국 가계
-
전쟁도 불황도 없는데 적자 2조달러…미국 국채금리 6% 경고등
-
미 국채금리 24년 만에 최고인데…채권펀드엔 '역대급' 뭉칫돈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
연준 서열 3위 윌리엄스 "서두를 필요 없다"...금리인상 분위기 급반전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
AI도 '대마불사'로 가나…연준 인사가 던진 경고성 질문
-
미 국채 금리 5.2% 돌파…"국가부채 위기? 489조 달러 민간자산 보라" 반론도 나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