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2월 11일(한국 시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금리 범위는 3.75~4%에서 3.5~3.75%로 낮아졌다. 올해 들어 세 번째 연속 인하로, 연준이 경기 흐름의 변화를 이전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연준이 이번에 가장 집중해 살핀 지점은 고용이다. 최근 미국 노동시장 내부에서는 여러 경고 신호가 동시에 관찰되고 있다. 실업률은 4% 중반대까지 올라섰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실업률이 4% 후반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경기 둔화가 본격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여기에 더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 구인 건수는 수개월 동안 감소했고 자발적 이직률도 낮아졌다. 노동시장이 식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징후들이 단계별로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공식 고용 통계는 이런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일자리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신호가 유지됐다. 바로 이 지점에서 파월 의장의 문제 제기가 나왔다. 그는 “공식 숫자가 실제보다 더 좋게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연준 내부에서도 통계 신뢰성에 대한 의심이 누적되어 왔다는 걸 보여준다.
문제의 핵심은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추정 방식’이다. BLS는 매달 기업이 새로 생기고 없어지는 흐름을 실제 신고 자료만으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한 모델로 추정치를 더해 계산한다. 이를 ‘Birth-Death 모델’이라고 부르는데 최근 몇 년간 이 모델의 정확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경기 흐름이 빠르게 바뀌는 시기에는 이 추정이 실제와 엇갈릴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실물경제에서 자영업 폐업이 늘었는데 통계 모델은 반대로 기업이 더 생긴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이런 오차가 누적되면 표면적으로는 고용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고용 축소가 진행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파월 의장이 “지표를 과대 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건 이런 맥락이다.
그래서 연준은 “고용이 실제로는 더 약해졌을 가능성”을 금리 판단의 중요한 위험 요소로 받아들였다. 고용이 꺾이면 소비가 둔화되고 기업 매출이 줄어 경기 전반에 충격이 번지기 때문에 연준은 고용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 셧다운이 만들어낸 통계 공백이 겹쳤다. 연방정부 기능이 부분적으로 중단되면서 10월 고용·물가 통계가 아예 발표되지 않았다. 이는 정책 판단에서 상당한 부담이 된다. 연준은 금리를 결정할 때 최신 데이터의 흐름을 매우 중시한다.
그런데 10월 데이터가 사라졌고 11월 고용·물가 지표도 FOMC 회의 직전까지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 연준은 결국 9월 데이터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크게 갈렸다. 일부 위원들은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금리 조정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경기 흐름을 잘못 해석할 가능성이 있고 자칫 섣부른 인하가 물가 안정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우려였다. 반대로 다른 위원들은 “오히려 지금이 더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고용이 실제보다 더 나쁘게 흘러가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통계가 늦게 나오는 동안 고용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불확실성 자체가 금리 인하의 이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고용이 둔화되기 시작하면 뒤늦게 대응할 경우 충격이 확대된다는 경험이 누적된 것도 이런 판단을 뒷받침했다.
결국 연준은 후자의 의견에 조금 더 무게를 두며 금리를 내렸다. 고용에 대한 경고음과 통계 공백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지금은 위험을 줄이는 쪽이 맞다”는 방향성이 형성된 셈이다.
표결 결과는 9 대 3이었다. 반대표에는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한 번에 0.5%포인트를 내리자는 의견이 섞여 있었다. 방향성보다 강도에서 이견이 갈린 것이다.
정치권의 압박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전부터 “금리를 더 빨리 내려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발표 직후에도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2026년 5월)를 앞두고 정치적 신호가 더 강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인하와 함께 공개된 금리 전망표(도트 플롯)는 오히려 제한적이다. 내년 금리 인하는 한 번만 예상돼 있고 2027년까지도 큰 변화는 없다. 파월 의장은 “추가 인하는 더 명확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채권시장은 “이 인하가 당분간 마지막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물가가 여전히 목표치 위에 있고 서비스 물가와 관세 변수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금리 인하에는 고용 약화, 통계 공백, 내부 이견, 정치적 압력 등 여러 요소가 동시에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연준은 최후의 최후까지 고민하다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가장 급한 위험을 피하는 쪽을 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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