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기 위해 2,0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 채권 매입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미국 주택금융 시장이 다시 정치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트럼프는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대표자들에게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라고 지시했다”며 이 조치가 주택 구매 비용을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언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정책과는 별도로 행정부가 직접 주택금융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 조치를 이해하려면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는지부터 짚을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해준 뒤 이를 그대로 보유하지 않고 여러 대출을 묶어 채권 형태로 다시 시장에 판다. 이 채권이 바로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이다. 은행은 이 채권을 팔아 현금을 회수하고 다시 새로운 대출을 내준다.
이 과정에서 MBS 가격이 높아지면 채권 수익률은 내려가고 은행은 낮은 금리로도 대출을 해줄 여지가 생긴다. 반대로 MBS 가격이 떨어지면 대출 금리는 올라간다. 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뿐 아니라 MBS 시장의 분위기에 크게 좌우된다.
이 MBS를 가장 많이 만들어 시장에 공급하는 기관이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이다. 두 기관은 정부의 관리 아래 있는 주택금융 회사로 은행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을 사들여 이를 채권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이 덕분에 은행은 자금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고 주택금융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트럼프가 언급한 ‘모기지 채권 매입’은 이 두 기관이 만든 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돈을 공급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는 이번 발언에서 자신이 1기 재임 당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매각하지 않은 결정을 강조했다. 그는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기관을 그대로 두었고 그 결과 지금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두 기관은 금융위기 이후 정부 관리 체제 아래에서 수익을 쌓아왔고 상당한 자본 여력을 갖추고 있다. 트럼프는 이 점을 근거로 주택금융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실탄이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다만 이 발언은 향후 선택지와도 맞물려 있다. 연방주택기업감독청(Federal Housing Finance Agency)의 수장인 빌 풀테는 최근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지분을 기업공개(IPO) 형태로 매각할지 여부를 한두 달 안에 결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당장 시장 개입에 활용한 뒤 장기적으로는 민간 자본에 넘기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적으로는 주택 비용을 낮추는 조치를 취하는 모습과 동시에 향후 재정 선택권을 유지하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의 주택 정책 발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전날 대형 기관투자자가 단독주택을 매입하는 것을 막겠다고도 밝혔다. 미국에서는 사모펀드나 대형 투자사가 단독주택을 대량으로 사들여 임대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집값 상승의 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금리는 낮추고 수요 측에서는 큰손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주택 가격 부담을 동시에 줄이겠다는 구상을 제시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언을 일종의 방향 제시로 보고 있다. 실제로 모기지 채권을 누가 어떤 재원으로 얼마나 사들일지, 연준의 통화정책과 충돌하지는 않는지, 법적 근거는 충분한지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연준이 과거 양적완화를 통해 MBS를 대규모로 매입했던 사례는 있지만 행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은 전례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는 아무래도 정치적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 주택금융 시장의 핵심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 환경에서 MBS 시장을 자극해 모기지 금리를 낮추겠다는 발상은 금융 구조를 이해한 접근이라는 평가도 있다.
향후 실제 집행 여부와 구체적인 방식이 공개될 경우 미국 주택시장과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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