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25년 3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4.25%에서 4.5% 수준으로 다시 한번 동결하며 시장의 기대와 긴장감을 동시에 자극했다.
이번 결정은 올해 들어 두 번째 연속된 동결로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새 행정부의 관세 정책 같은 변수들이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관찰하겠다는 연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연준은 당장 금리를 내리거나 올릴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지 않다는 인식을 공유하며 성급한 완화책이 불러올 후폭풍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시장은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는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연준이 제시한 연내 2회 인하 가능성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연준이 공개한 경제전망을 뜯어보면 동결 이상의 복잡한 셈법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연준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대폭 낮춰 잡은 반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5%에서 2.8%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와중에도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는 이른바 끈적한 인플레이션 국면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양적 긴축 정책의 속도 조절이다. 연준은 오는 4월부터 미 국채 보유 축소 한도를 월 25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크게 줄이기로 결정했다.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속도를 늦춤으로써 10년물 국채금리의 가파른 상승을 억제하고 경기 둔화 압력을 완화하려는 포석이다. 다만 주택 시장 과열과 그에 따른 주거비 인플레이션 반등을 막기 위해 모기지 담보부 채권의 축소 속도는 기존대로 유지하며 정밀한 타격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연설을 통해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직접 언급하며 이전과는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과거 관세 이슈에 대해 논평을 피하던 조심스러운 태도에서 벗어나 이를 정책 결정의 주요 변수로 공식화한 셈이다. 파월 의장은 무역 관세가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물가 하락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관세 발효 전 기업들이 재고를 미리 확보하는 선매입 행위로 인해 지표상 수입 부문이 급증하고 성장률이 꺾여 보이는 착시 현상을 경계한 발언이다. 투자자들이 관세가 증시에 줄 타격에 집중하는 동안 연준은 관세가 미국 경제 전체의 장기적 기초 체력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파월 의장이 무엇보다 강조한 핵심은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의 고정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언젠가는 물가가 잡힐 것이라는 믿음과 연준이 결국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신뢰를 잃지 않아야 정책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논리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통제 범위를 벗어나면 실제 물가를 잡기 위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연준은 시장에 근거 없는 낙관론이 퍼지는 것을 경계하며 엄격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6개월 사이 기대 인플레이션이 3%에서 5%까지 급등한 상황에서 연준의 강경한 발언과 보수적인 전망치 제시는 이를 꺾기 위한 일종의 선제 타격 성격이 강하다. 시장이 연준의 의도를 명확히 이해하고 적응하기까지는 당분간 상당한 진통과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경제는 실업률 4% 초반의 완전고용 상태를 유지하며 지표상으로는 탄탄한 펀더멘털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경제 지표의 견조함과는 별개로 경기 전망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불확실성이 이례적으로 높아졌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경제 자체가 무너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변화가 가져올 미래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공포에서 기인한다.
연준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시장이 느끼는 불안감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조절하기 위해 금리 동결과 양적 긴축 속도 조절이라는 상반된 도구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연준은 시장이 스스로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훈육관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투자 환경은 연준이 목표로 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의 하향 안정화 여부에 달려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3%에서 4% 수준으로 내려오기 전까지 연준은 유화적인 메시지를 던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기 침체 내러티브와 시장의 공포 섞인 반응은 투자자들에게 높은 변동성을 견뎌내야 하는 과제를 안겨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변동성을 매도의 신호가 아닌 포트폴리오 재정비의 기회로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준이 경제의 기초 체력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으며 단지 물가 심리를 꺾기 위해 전략적인 엄포를 놓고 있다는 본질을 꿰뚫어 봐야 한다. 시장이 연준의 의도에 적응하고 물가 불안이 해소되는 2025년 하반기 전후가 되어야 비로소 통화 정책의 명확한 전환점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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