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구호 아래 무역적자를 줄이고 미국 내 생산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반복해서 밝혀왔다. 관세 인상과 수입 억제 정책 역시 이 목표를 향해 설계됐다.
겉보기에는 수입품 가격을 높여 외국산 소비를 줄이고 그 빈자리를 미국 기업과 노동자가 채우면 제조업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직관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제학의 기본 공식으로 이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훨씬 복잡해진다.
경제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그리고 소비와 투자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주는 도구가 국민소득계정이다. 한 나라가 1년 동안 만들어낸 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나타내는 이 식은 국민총생산을 소비와 투자 그리고 정부지출과 순수출의 합으로 표현한다.
여기서 순수출은 수출에서 수입을 뺀 값이다. 수입이 수출보다 많으면 무역적자가 되고 이는 계산상 국내총생산에 마이너스로 반영된다.
같은 경제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국민총생산은 소비와 저축 그리고 세금의 합으로도 나타낼 수 있다. 이 두 식을 결합하면 투자와 정부지출과 수출의 합이 저축과 세금과 수입의 합과 같아진다는 관계가 도출된다. 이는 돈이 필요한 곳과 돈이 생기는 곳을 동시에 보여주는 자금 흐름의 지도다.
이 관계를 다시 정리하면 저축과 무역적자의 합이 투자와 재정적자의 합과 같아진다. 여기서 무역적자는 수입에서 수출을 뺀 값이고 재정적자는 정부지출에서 세금을 뺀 값이다.
이 공식이 의미하는 바는 한 나라에서 저축이 충분하지 않고 정부가 세금보다 더 많이 쓰면서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려 할수록 그 차이는 외국 자본 유입 즉 무역적자로 메워진다는 것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이 구조를 유지해온 나라다. 미국 가계의 저축률은 선진국 가운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왔고 정부의 재정적자 역시 상시적으로 존재해왔다. 반면 기업 투자는 꾸준히 이어졌다. 이 간극을 채운 것이 외국 자본이었고 이는 무역적자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트럼프가 강조하는 미국 내 생산 확대는 경제학적으로 설비 투자 증가를 뜻한다. 공장을 짓고 기계를 들여오는 행위는 모두 투자 항목에 포함된다. 트럼프의 구상을 공식에 대입하면 그는 투자를 늘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저축을 늘리는 것은 정책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가계의 소비 성향과 문화 그리고 소득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는 선택지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동시에 줄이는 방식이다. 정부 지출을 억제해 재정적자를 줄이고 관세로 수입을 억제해 무역적자를 줄이면 공식상 투자가 늘 여지가 생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이 계산이 현실에서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정적자가 줄어든다고 해서 남는 자금이 자동으로 기업 투자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투자는 기대 수익과 경제 전망 그리고 금리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 불확실성이 커지거나 금리가 급등하면 기업은 자금을 쌓아두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무역적자 축소 역시 양면성을 가진다. 무역적자는 외국인이 미국 자산을 사들이며 달러를 공급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이 흐름이 약해지면 미국 경제로 유입되는 자금 자체가 줄어든다. 자금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까지 축소되면 투자 여력이 오히려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무역적자를 줄인다고 해서 제조업이 자동으로 부활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저축과 투자 그리고 재정과 자본 유입의 균형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려는 시도는 시장의 신뢰와 기대에 부딪힌다. 경제 공식으로 살펴본 관세 정책은 트럼프의 의도를 설명해주지만 동시에 그 한계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정책이 숫자를 움직일 수는 있어도 기업과 가계의 선택까지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역적자와 관세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결국 이러한 자금 흐름의 구조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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