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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량 지표, M2로 읽는 미국 인플레이션의 작동 원리

  • 강혜원 기자
  • 입력 2025.05.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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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를 이해하는 데 자주 언급되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광의의 통화량을 뜻하는 M2다. M2는 지갑 속 현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중은행 예금과 단기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처럼 언제든 소비나 투자로 전환될 수 있는 자금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그래서 경제에 실제로 투입될 수 있는 실탄의 총량을 보여주는 지표로 통한다. 물가가 오르면 정부나 중앙은행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는데 이때 흔히 등장하는 질문이 금리를 왜 올리지 않느냐, 돈을 너무 많이 푼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질문의 핵심에 바로 M2가 있다. 


통상적으로 시장에 풀린 돈이 많아지면 소비와 투자가 늘고 물가는 오르는 것으로 설명된다. 공급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수요만 늘어나면 가격이 상승한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M2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이 공식이 항상 그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과 2021년 초를 보면 M2는 급격히 증가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동안 2%대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돈은 많이 풀렸지만 물가는 오르지 않았던 시기다. 이유는 사람들이 그 돈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돈에 대한 수요 즉 머니 디맨드다. 이는 물건에 대한 수요가 아니라 현금을 보유하려는 욕구를 뜻한다. 팬데믹 초기에는 불확실성이 극단적으로 커지면서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를 미루고 현금을 쥐고 있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돈은 시중에 있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경우 통화 공급이 늘어나도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은 돈의 공급이 돈을 보유하려는 수요를 넘어설 때 나타난다. 


이 균형이 깨진 시점이 2021년 이후다. 백신 보급과 함께 경제 활동이 재개되자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됐다. 사람들은 현금을 쌓아두기보다 쓰기 시작했고 그 시점에는 이미 M2가 크게 늘어나 있었다. 그 결과 돈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빠르게 상승했다. 이것이 최근 인플레이션의 전개 과정이다.


이후 상황은 다시 달라졌다. 팬데믹이 종료되고 연준이 긴축 정책에 나서면서 M2 증가 속도는 둔화됐다. 동시에 금리 인상으로 현금을 보유하려는 유인이 줄어들면서 돈에 대한 수요도 예전만큼 강하지 않게 됐다. 통화 공급과 수요가 비교적 균형을 이루자 물가 상승 압력도 완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장기 데이터를 보면 1990년대 중반부터 2019년까지 M2는 연평균 약 6% 수준으로 증가했고 이 기간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반면 팬데믹 기간에는 단기간에 40%에 가까운 급증이 나타났고 이것이 이후 인플레이션의 토대가 됐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들어 연방준비제도가 이처럼 중요한 지표인 M2를 정책 판단의 핵심으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연준은 몇 년 전 공식적으로 통화량 지표가 더 이상 정책 결정에 유용하지 않다고 밝혔다. 

 

배경에는 금융 구조의 변화가 있다. 파생상품과 비은행 금융기관 글로벌 자본 이동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금이 이동하면서 M2와 실물 경제 사이의 관계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는 판단이다. 머니마켓펀드와 각종 결제 수단 스테이블코인 등 M2의 구성 자체도 모호해졌다. 

 

무엇보다 연준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금리인 만큼 자신들이 조절 가능한 지표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다. 


그렇다고 M2의 의미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중앙은행은 정책 지표로 활용하지 않더라도 시장 참여자들은 여전히 통화량의 추세를 주의 깊게 본다. 

 

M2가 빠르게 늘어난 구간이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 상승과 맞물린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M2는 다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팬데믹 당시처럼 급격한 확장은 아니다. 


이는 시장에 유동성이 서서히 풀리고 있음을 시사하지만 당장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정도는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돈이 늘어나더라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으면 물가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M2는 경제 전반의 유동성 방향을 읽는 참고 지표에 가깝다. 현재 흐름만 놓고 보면 미국 경제는 긴축의 끝자락에 가까워졌음을 시사한다. 다만 완화가 언제 시작될지까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통화량은 경제의 분위기를 설명해 주지만 정책의 정확한 타이밍을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이것이 M2를 둘러싼 가장 현실적인 한계이자 동시에 여전히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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