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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정 적자에 울리는 경고음…시작된 성장률과 금리의 싸움

  • 강혜원 기자
  • 입력 2025.05.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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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재정 문제가 다시 금융시장의 전면으로 떠올랐다. 인플레이션과 관세 논쟁을 잠시 밀어내고 시장의 시선을 끌어당긴 것은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다. 

 

미국은 이미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100%에 근접한 상태이며 향후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가가 매년 벌어들이는 돈보다 더 많이 쓰면 적자가 발생하고 부족한 금액은 국채 발행으로 충당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누적된 것이 국가 부채이며 이를 GDP와 비교한 지표가 GDP 대비 부채 비율이다. 미국은 오랜 기간 이 문제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인식해 왔는데 그 배경에는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라는 지위가 있었다.

 

그러나 기축통화국이라는 지위가 모든 문제를 영원히 덮어주지는 않는다. 핵심 변수는 경제성장률과 정부가 부담하는 이자율이다. 성장률과 이자율이 같다면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유지된다. 성장률이 이자율보다 높으면 경제 규모가 더 빠르게 커지며 빚의 무게는 상대적으로 가벼워진다. 

 

반대로 이자율이 성장률을 앞지르는 순간부터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예를 들어 경제가 연 2% 성장하는데 정부가 부담하는 이자가 2.5%라면 매년 부채 비율은 조금씩 상승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 효과는 커진다.


문제는 최근 미국이 바로 이 구간에 근접해 있다는 점이다. 미국 국채 금리는 4~5%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는 반면 실질 GDP 성장률은 2~3%를 넘기기 쉽지 않다. 

 

이 구조가 지속될 경우 부채 비율은 자연스럽게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실제로 미국 연방정부의 연간 이자 지출은 이미 1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금리가 소폭만 더 올라가도 세수의 20% 이상이 이자 지급에 사용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이자 지출이 세수의 20~25%를 넘어설 경우 시장은 이를 중요한 위험 신호로 인식해 왔다.


여기에 더해 미국이 직면한 또 하나의 지표가 있다. 이자 비용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세입과 세출만 비교한 기본 재정수지 적자 즉 프라이머리 디피싯이다. 

 

현재 미국의 기본 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약 3.3%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는 이자 부담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세금으로 걷는 돈보다 쓰는 돈이 그만큼 더 많다는 뜻이다. 이 격차를 줄이려면 세수를 늘리거나 지출을 줄이거나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한다.


지출만으로 이를 해결하려면 정부 전체 지출의 약 16%를 한 번에 줄여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예산 구조를 보면 사회보장연금과 의료보험 같은 노인 복지 지출과 국방비는 정치적으로 손대기 어려운 영역이다. 

 

실질적으로 조정 가능한 재량 지출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해 대폭 삭감이 현실화될 경우 도로와 교육 연구개발 행정 서비스 전반에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세금 인상만으로 해결하려면 현재보다 약 20% 가까운 세수 확대가 필요하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GDP 대비 세수 비율을 20% 이상 장기간 유지한 경험이 거의 없으며 중산층 증세나 대기업 증세 모두 강한 정치적 저항에 직면해 왔다.


현실적으로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세수 확대와 지출 감축을 절반씩 병행하는 방식이다. GDP의 약 1.65%씩을 양쪽에서 나눠 부담하면 수치상으로는 기본 재정수지 균형에 접근할 수 있다. 

 

이 방식은 과거에도 제한적으로 시행된 전례가 있으며 단기간의 충격보다는 3~5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추진할 경우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 역시 정치적 합의와 국민적 고통 분담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실행 난이도는 낮지 않다.


미국 재정의 또 다른 변수는 인구 구조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 은퇴로 사회보장 지출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복지 축소는 즉각적인 정치적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세수 비율을 유럽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 역시 미국식 경제 모델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 때문에 미국의 재정 조정은 평상시보다는 경기 초호황기나 금융위기 직후처럼 위기의식이 극대화된 시점에만 부분적으로 가능했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주목받는 해법 중 하나는 정부 부문의 생산성 향상이다. AI와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행정 효율을 높이고 인력 구조를 슬림화함으로써 지출 증가 속도를 늦추는 방식이다. 

 

미국은 고용 시장이 유연한 국가로 정부 부문 역시 기술 도입을 통한 구조 조정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는 분명히 사회적 논란이 따라붙겠지만 재정 지출을 완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현실적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래서 미국 재정 문제의 본질은 성장률과 이자율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성장률만큼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한다면 높은 부채 비율 자체가 곧바로 위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균형이 무너질 경우 시장의 신뢰는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미국의 재정은 이론적으로는 관리 가능하지만 정치적 제약과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실행은 쉽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트럼프 2기 동안 미국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고 시장이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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