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소 300기를 신규로 건설하고 총 설비용량 400GW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원자력 관련 행정명령 4건에 동시에 서명하며 원전 건설 승인 절차를 대폭 단축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민간과 공공 부문의 투자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이 이처럼 공격적인 원전 확대에 나선 것은 1979년 스리마일섬 사고 이후 사실상 멈춰 있었던 신규 원전 건설 기조를 46년 만에 뒤집은 결정이다.
그 동안 미국은 안전 사고에 대한 사회적 공포 확산과 강력한 규제 강화 소송 리스크가 겹치며 원자력 발전에서 점차 발을 빼왔고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신규 원전은 단 두 기에 그쳤다.
여기에 2010년대 셰일가스 혁명 이후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이 급증하면서 굳이 비용과 위험이 큰 원전을 선택할 이유가 줄어들었던 것도 배경이었다. 상황을 바꾼 것은 최근 급증한 전력 수요다.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충전 인프라, 반도체 공장 증설이 동시에 진행되며 기존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기저전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이 다시 선택지로 부상했다.
미국 정부는 1GW급 원전 300기를 25년 안에 건설하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자국의 건설 역량과 공급망이 크게 약화된 현실도 함께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세월 동안 신규 원전 건설이 장기간 중단되며 대형 원자로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 같은 핵심 기자재를 생산하던 기업들이 사업을 접거나 다른 산업으로 전환했고 숙련된 시공 인력 역시 석유 가스와 토목 분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한국과 프랑스 등 해외 원전 강국과의 협력을 전제로 폐쇄된 원전의 재가동과 중단된 프로젝트의 재추진까지 검토하고 있다.
규제 구조의 변화도 핵심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스리마일섬 사고 이후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며 인허가 과정에서 방대한 서류와 장기간 심사를 요구해 왔다. 원전 하나를 승인받는 데 수년에서 10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흔했고 중간에 규정이 바뀌면 설계와 자료를 처음부터 다시 제출해야 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신규 원자로 허가를 18개월 이내에 처리하도록 의무화하고 연방 정부 소유지에 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상 국가가 직접 원전 부활을 주도하겠다는 선언으로 보아야 한다.
이는 프랑스와 한국이 국가 책임 아래 원전 설계 건설 운영을 일원화해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 온 방식과 유사한 방향 전환으로 평가된다. 유럽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을 체감하며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고 신규 건설로 선회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 원전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크게 움직였다. 소형모듈원자로와 핵연료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 1년간 수배 이상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전 산업이 기획, 설계, 인허가, 기자재 제작, 시공, 운영 해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분리된 고난도 산업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미국은 기자재 제작과 시공 해체 분야에서 사실상 공급망과 인력이 끊긴 상태여서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이번 정책을 통해 미국이 원전 산업 전반의 기반을 다시 구축해야 하는 장기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미국의 원전 확대 프로젝트 발표 이후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는 한국과 프랑스가 축적해 온 기술과 경험이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미국의 선택이 앞으로 국제 협력과 경쟁 구도를 어떻게 바꿀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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