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는 2025년 7월 중순 기준으로 여전히 역사적 고점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S&P 500 지수는 연초 이후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표면적으로는 견조한 강세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달러 가치 변화까지 포함해 다시 계산하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달러 인덱스는 2024년 105~106 수준에서 최근 98선까지 하락했다. 달러 가치가 약 7~8% 낮아진 셈이다. 같은 기간 S&P 500이 기록한 상승률을 달러 가치 하락분과 함께 고려하면 실질 수익률은 거의 제자리거나 오히려 마이너스에 가깝다.
이 현상은 환율이라는 가격 기준 때문이다. 금이나 비트코인처럼 달러 이외의 자산으로 미국 증시를 환산하면 상대적인 성과는 더 크게 낮아진다. 금 기준으로 보면 S&P 500은 연초 이후 두 자릿수 손실 구간에 있고 비트코인 기준으로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달러를 기준 통화로 삼고 있기 때문에 달러가 약해질 경우 주가 지수는 상승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질 구매력 기준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시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시장이 정치적 발언이나 정책 방향성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고 다른 하나는 달러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어느 쪽이 더 타당한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달러 약세가 자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다. 통화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경우 그 통화로 표시되는 모든 자산 가격이 빠르게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자산 가치가 실제로 개선됐기 때문이 아니라 화폐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자산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하이퍼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같은 구조다.
이 구조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터키다. 2021년 이후 터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독립성이 크게 훼손되면서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가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됐다.
그 결과 터키 리라는 단기간에 급격히 가치가 하락했고 외국인 자본과 국내 자금 모두 리라화를 회피하기 시작했다. 현금을 들고 있으면 손실이 확정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주식과 부동산, 외화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터키 주식시장은 리라 기준은 물론 달러 기준으로도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업 경쟁력이 갑자기 높아져서일까? 아니다. 이는 화폐 신뢰 붕괴로 인한 자금 이동의 결과였다.
이 같은 현상은 신흥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축통화국이라 하더라도 통화 신뢰가 흔들릴 경우 동일한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달러 가치가 신뢰 문제로 하락할 경우 달러를 사용하는 미국 내 투자자들 역시 주식과 실물 자산, 대체 자산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 결과 미국 주식시장은 달러 기준으로 상승 압력을 받는다. 이 때문에 달러 약세와 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장면이 만들어진다.
다만 달러 약세가 가져오는 효과는 주식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달러 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을 동반한다. 달러가 주요 통화 대비 10% 약세를 보일 경우 미국이 해외에서 구매하는 모든 상품의 가격은 달러 기준으로 약 10% 상승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이는 명시적인 관세 인상 없이도 소비자와 기업에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결과다. 실제로 달러 약세는 체감상 관세 인상과 유사한 부담을 만들어낸다. 통화 가치 하락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적 변수와 정책 혼선도 시장에 지속적인 노이즈를 만들어내고 있다. 관세 정책을 포함한 여러 경제 정책은 발표와 수정이 반복되고 있으며 사법부와 의회, 선거 제도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을 키우지만 정책이 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치우치는 것을 막는 역할도 수행한다. 미국 경제는 과거에도 통화 체계 변화와 고금리 정책, 재정 갈등 등 여러 위기를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제도적 조정을 통해 균형을 회복해 왔다.
이러한 특성은 달러와 미국 자산이 단기간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본의 중심에 남아 있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현재의 미국 증시 상승은 기업 실적 개선과 기술 산업 성장이라는 요인과 함께 달러 가치 하락이라는 통화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달러 약세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물가 압력을 키우고 소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양면성을 가진다. 이 상반된 효과는 앞으로의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 논의에서 계속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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