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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숨겨진 적자와 QT의 끝, 처음으로 공개된 숫자

  • 강혜원 기자
  • 입력 2025.07.1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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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 내부에서 그동안 거의 언급되지 않던 재무 손실 문제가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연준 이사인 크리스토퍼 월러는 최근 공개 발언을 통해 연준이 현재 손실을 보고 있으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앞으로 자산 축소가 어느 수준까지 이어질지를 숫자로 제시했다.


연준은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이지 수익을 목표로 하는 조직은 아니다. 다만 연준이 장기간 대규모 손실을 누적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중앙은행의 정책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번 발언은 연준이 왜 손실을 보고 있는지, 그 손실이 어떤 구조에서 발생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양적긴축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를 처음으로 한꺼번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준의 손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양적완화 정책에서 비롯됐다. 양적완화는 기준금리 조정만으로 경기를 부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직접 국채나 주택저당증권을 매입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연준은 장기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대규모로 사들였다. 이 자산들의 공통점은 만기가 길고 금리가 고정돼 있다는 점이다. 반면 연준이 이 자산을 사들이기 위해 시중은행에 지급한 준비금은 단기 변동금리 구조다. 결과적으로 연준은 장기 고정금리 자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단기 변동금리 부채를 떠안는 구조가 됐다. 


금리가 낮을 때는 이 구조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장기 자산에서 들어오는 이자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단기 금리도 낮아 은행에 지급하는 이자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년 이후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연준은 단기간에 기준금리를 크게 인상했고 그 결과 시중은행 준비금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급증했다. 반면 연준이 보유한 장기 채권과 주택저당증권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은 과거 낮은 금리에 고정돼 있었다. 

 

이자 수입과 이자 비용의 균형이 무너졌고 연준은 분기마다 손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실제 수치도 공개됐다. 최근 약 3년 동안 연준은 매 분기 손실을 기록했고 누적된 확정 손실만 약 2천3백50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아직 매각되지 않은 장기 채권과 주택저당증권에서 발생한 평가손실까지 포함하면 잠재 손실 규모는 9천억 달러를 넘는다. 

 

이 손실은 회계상 즉시 문제가 되는 구조는 아니다. 연준은 민간 기업과 달리 파산 위험이 없고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통화정책을 계속 수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규모의 손실이 장기간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의도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연준은 그동안 손실을 공식적으로 숨긴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설명하지도 않았다. 분기별 재무제표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보고서의 후반부나 각주 형태로 간단히 언급되는 수준에 그쳤다. 

 

언론 인터뷰나 의회 청문회에서도 연준 인사들이 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설명한 사례는 드물었다. 내부적으로는 손실과 통화정책은 별개의 문제라는 인식이 강했고 정치적 논란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도 작용했다. 그러나 손실 규모가 커지고 정치권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더 이상 이 문제를 피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이와 함께 주목받는 부분은 연준의 향후 양적긴축 일정이다. 양적긴축은 연준이 보유한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의 만기가 도래할 때 재투자를 하지 않고 자산 규모를 줄이는 정책이다. 

 

연준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이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번 발언에서 크리스토퍼 월러는 처음으로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했다. 그는 은행 준비금이 약 2조7천억 달러 수준까지 감소하면 양적긴축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준은 과거 경험에서 나온 수치다. 2019년 연준이 자산 축소를 진행하던 당시 은행 준비금이 국내총생산 대비 약 7% 수준까지 떨어지자 단기 자금시장에서 유동성 경색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연준은 준비금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월러가 제시한 2조7천억 달러는 현재 경제 규모를 기준으로 준비금이 국내총생산 대비 약 9% 수준을 유지하도록 설정한 값이다. 현재 은행 준비금이 약 3조3천억 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준은 아직 약 6천억 달러 정도의 추가 축소 여력을 남겨두고 있다.


총자산 규모에 대해서도 숫자가 제시됐다. 월러는 연준의 적정 총자산 규모를 약 5조8천억 달러로 언급했다. 이는 시중에 유통되는 현금과 재무부 일반계좌 잔액, 은행 준비금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계산된 수치다. 현재 연준의 총자산은 약 6조6천억 달러다. 

 

연준이 매달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합쳐 약 200억 달러씩 줄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산 축소는 앞으로 약 40개월 이상 이어질 수 있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3년 이상이다.


이 발언은 시장에 중요한 신호를 던졌다. 그동안 연준은 상황을 보면서 조정하겠다는 표현을 반복해왔지만 이번에는 명확한 수치가 제시됐다. 이는 양적긴축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의미한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연준의 자산 축소는 상당 기간 병행될 수 있다. 

 

이 경우 단기 정책금리와 장기 시장금리의 움직임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와 그 지속 기간이 시장금리에 별도의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번 발언은 연준의 손실 구조와 향후 정책 경로를 동시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준은 장기 고정금리 자산과 단기 변동금리 부채라는 구조 속에서 손실을 감내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산 규모를 줄이는 작업을 수년간 이어갈 계획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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