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발표된 2025년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2.7% 상승했다. 수치 자체는 시장 예상 범위 안이었지만 세부 내역에서는 이전과 다른 흐름이 확인됐다.
관세 인상 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됐던 재화 물가는 잠잠했고 관세와 직접 관련이 없는 서비스 물가가 상승을 주도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이번 CPI는 물가 상승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보여준다.
세부 항목을 보면 내구재와 의류, 신발 등 수입 소비재 가격은 전월 대비 0.0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의류와 신발 가격이 오히려 0.5% 하락해 디플레이션 구간에 머물렀다. 관세가 가장 직접적으로 붙는 영역에서 물가 압력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반면 의료, 통신, 보험, 외식, 임차료, 차량 수리 등 서비스 물가는 전월 대비 0.38% 상승했다. 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4% 중반 수준이다. 전체 CPI 상승분 상당 부분이 서비스 항목에서 발생했다.
이 같은 흐름은 관세 구조와 소비 형태 변화에서 설명된다. 관세는 수입 재화에 부과되는 항목이며 미국 내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통상 관세 인상은 수입 소비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재화 가격이 크게 오른 이후 소비자들의 추가 구매 여력이 약해졌고 기업들 역시 가격 인상에 신중해진 상황이 반영됐다.
실제 소비 흐름을 보면 팬데믹 당시 가계 지출은 TV 가전 자동차 등 재화에 집중됐다. 이동 제한과 재정 부양금이 맞물리며 내구재 수요가 급증했다.
이후 경제 활동이 정상화되면서 소비 중심은 여행, 레스토랑, 의료, 미용 등 서비스로 이동했다. 미국 가계는 이미 살 만큼 산 재화 대신 외부 활동과 경험에 지출을 늘리고 있다. 이 변화가 물가 구조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관세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던 2025년 봄에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선구매 현상이 나타났다. 3월 자동차 판매가 증가한 이후 관세 적용 시점이 지나자 5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9% 감소했다. 고가 재화 수요가 빠르게 식으면서 기업들은 가격 인상 대신 할인과 인센티브로 대응했다.
신차 가격지수는 정체 또는 하락 흐름을 보였다. 의류와 신발 역시 마찬가지다. 관세로 원가 부담이 늘었지만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급감할 가능성이 커 기업들이 비용을 스스로 흡수하고 있다.
여기에는 가격 전가 구조의 차이가 작용한다. 재화는 수요 탄력성이 높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즉각 줄어든다. 이미 한 차례 큰 폭의 가격 인상을 겪은 소비자들은 추가 인상에 민감하다.
기업들은 이를 알고 있어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넘기지 못한다. 반대로 서비스는 대체재가 제한적이고 현지 소비가 필수적이다. 항공권, 외식, 의료 서비스는 가격이 올라도 소비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서비스 물가 상승의 또 다른 배경은 노동 시장이다. 미국은 2021년 이후 인력난과 임금 상승을 겪었다. 최근 들어 고용 증가 속도는 둔화됐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4%대에 머물러 있다.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임금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서비스 산업은 인건비 비중이 높으니 임금이 오르면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한 번 오른 서비스 가격은 재화와 달리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재화와 서비스 물가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재화 부문은 수요 둔화와 가격 인상 한계로 안정 또는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서비스 부문은 임금과 비용 상승을 배경으로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CPI는 이 두 흐름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 행동에서도 변화가 관찰된다. 관세와 고금리 부담 속에서 고가 내구재 소비는 줄어들었지만 필수재와 서비스 지출은 유지되고 있다. 이른바 지출 기어를 낮추는 흐름이다.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기보다는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이는 일종의 소비 패턴 전환으로 해석된다.
서비스 항목 중에서는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6월 임차료 CPI는 전년 대비 3.8% 상승해 이전보다 둔화됐다. 앞으로 몇 달간 이 흐름이 이어질 경우 서비스 물가 전체의 상승 압력을 일부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주거비를 제외한 핵심 서비스 물가가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어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6월 CPI는 관세 인상이 곧바로 소비재 가격 폭등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재화와 서비스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수치로 확인되었으며 단기간에 바뀔 만한 요인을 찾기 어렵다. 연방준비제도는 성장 둔화와 서비스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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