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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은행 규제 손본다…국채 보유 숨통 트이는 eSLR 개편안

  • 강혜원 기자
  • 입력 2025.08.1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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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 규제당국이 대형 은행에 적용되는 보완적 레버리지비율(eSLR)을 손질하는 개편안을 내놨다. 연방준비제도(Fed), 통화감독청(OC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2025년 6월 27일 공동으로 eSLR 규제 개편안을 발표하고 8월 26일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안은 미국의 글로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레버리지 규제의 산식을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 비율 자체를 낮추는 방식으로 은행의 대차대조표 운용 여력을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eSLR은 은행의 핵심 자기자본인 Tier 1 자본을 총 레버리지 노출로 나눈 비율이다. 총 레버리지 노출에는 대출과 채권 같은 대차대조표상 자산뿐 아니라 파생상품 평가액, 미사용 신용한도 같은 오프밸런스 항목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 비율은 위험도와 무관하게 자산의 총량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위험도가 거의 없는 미국 국채도 고위험 대출과 동일하게 분모에 반영된다. 그 결과 자산을 많이 보유한 대형 은행일수록 안전자산을 늘리는 데도 제약을 받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현재 규제 체계에서 G-SIB에 적용되는 eSLR 최소 기준은 은행지주회사 5%, 예금기관 자회사 6%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제한되고 자산 확대도 사실상 막힌다. 

 

문제는 미국 국채처럼 위험가중치가 0%인 자산조차 레버리지 규제에서는 동일한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위험기반 자본 규제에서는 국채를 보유해도 추가 자본 적립 부담이 거의 없지만 eSLR 계산에서는 자산 규모가 그대로 반영돼 규제 한도를 빠르게 소진시킨다.


이번 개편안은 이 고정 비율을 폐지하고 새로운 산식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본 레버리지 비율 3%에 G-SIB 추가요건의 절반을 더하는 방식이다. 

 

이 안이 적용되면 대부분의 대형 은행은 eSLR 기준이 3.5%에서 4.25% 수준으로 낮아진다. 같은 자본으로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구조다. 특히 국채와 국채 담보 레포 거래처럼 레버리지 소모가 큰 자산 운용에 여유가 생긴다.


2025년 1분기 기준으로 G-SIB들이 규제 충족을 위해 묶어두고 있던 자본은 약 9,230억 달러로 추산된다. eSLR 기준이 3.5% 수준으로 내려갈 경우 요구 자본은 약 7,000억 달러로 줄어든다. 

 

단순 계산으로 약 2,000억 달러의 자본 부담이 완화된다. 이를 레버리지 기준으로 환산하면 최대 4조 달러 규모의 추가 자산 운용 여력이 생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차대조표에 실을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넓어지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 여력이 국채와 레포 시장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채는 위험기반 규제에서는 가장 부담이 적은 자산이지만 그동안 eSLR 규제에서는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운용이 제한돼 왔다. 

 

브로커딜러 부문에서 국채 재고를 쌓거나 국채를 담보로 한 단기 자금 거래인 레포를 중개할 경우 레버리지 비율이 빠르게 상승해 추가 운용이 어려워지는 사례가 반복됐다. 이번 개편은 이러한 제약을 완화해 은행의 시장 참여를 확대하는 효과를 노린다.


규제당국은 공식 문서에서 레버리지 규제가 안전자산 운용까지 과도하게 제약해 국채 시장과 레포 시장의 유동성을 저해해 왔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위험이 낮은 자산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기보다는 실제 위험이 큰 자산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정책 목적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이는 국채 시장의 원활한 소화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약 2조 달러 규모의 신규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 향후 5년간 누적 발행 규모는 10조 달러에 달한다. 이 물량을 안정적으로 흡수하려면 장기적으로 국채를 보유할 수 있는 대형 수요자가 필요하다. 

 

은행 규제가 완화되면 대형 은행은 국채를 더 많이 보유할 수 있고 재무부는 발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준비자산으로 국채를 대량 보유하는 흐름도 국채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거론된다.


이번 조치는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경험도 반영하고 있다. 2020년 한시적으로 SLR 계산에서 국채와 준비금을 제외했을 때 은행들은 국채 보유를 빠르게 늘렸고 레포 시장 유동성도 안정적으로 회복됐다. 

 

당시의 정책 효과를 장기적인 제도 개편으로 이어가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완전 면제는 아니지만 비율 자체를 조정해 유사한 결과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eSLR 개편은 은행의 자산 구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대출과 투자에는 기존과 동일하게 자본 부담이 적용된다. 반면 국채와 준비금, 국채 담보 레포 같은 자산은 레버리지 완화 효과를 크게 받는다. 

 

은행이 추가로 확보한 대차대조표 여력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에 배분할 유인이 커지는 구조다. 예금으로 조달한 자금을 국채에 투자하는 전통적인 은행 운용 모델이 규제 측면에서 다시 유리해진다.


미국 대형 은행들은 국채와 레포 시장에서 이미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예금 기반이 크고 상업은행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규제 완화의 효과를 더 크게 체감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은행과 브로커딜러 비중이 높은 은행 역시 국채 거래와 시장 조성 기능을 통해 간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규제 산식 변경은 단기적인 실적 개선보다는 은행주의 중장기 밸류에이션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개편안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적용 시점과 세부 기준은 최종안에서 결정된다. 규제당국은 은행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국채 시장과 금융시장의 기능을 원활히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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