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25년 8월 말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통화정책의 판단 기준과 프레임워크 조정 방향을 공식적으로 설명했다. 잭슨홀 미팅은 연준이 중장기 통화정책의 철학과 운용 원칙을 정리하는 자리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연설에서 미국 경제를 물가와 고용이라는 두 축으로 나눠 점검했고 정책 판단의 우선순위가 복합적인 축으로 이동했음을 명시했다.
파월은 연설에서 그동안 가장 큰 위험 요인이었던 인플레이션이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PCE 기준으로 헤드라인 물가는 2.6% 코어 물가는 2.9% 수준까지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당 폭 둔화된 수치다.
다만 연준의 공식 목표치인 2%에는 여전히 도달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물가가 목표 수준에 안착했다고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는 의미다.
동시에 파월은 고용 지표의 변화를 이전보다 훨씬 비중 있게 언급했다. 실업률은 4.2%로 표면상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신규 고용 증가 폭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3개월 평균 신규 고용은 월 3만5000명 수준으로 미국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정체에 가까운 흐름이다.
5월과 6월 고용 수치가 사후 조정 과정에서 하향 수정된 점도 함께 언급됐다. 여기에 이민 감소로 노동 공급이 줄고 노동참여율이 소폭 하락하면서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약해질 수 있다.
연준은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인플레이션만을 단일 기준으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고용 둔화 위험을 동시에 고려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물가 안정이 최우선 과제라는 원칙은 유지하되 고용이 빠르게 식어가는 신호가 명확해질 경우 정책 판단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관세 문제도 연설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됐다. 최근 미국 정부가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에서 관세를 인상하면서 수입 물가에 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있고 이 효과는 향후 몇 달간 추가로 누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파월은 이를 2022년과 같은 임금과 물가의 상호 자극 구조로 보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노동시장이 과열된 상태가 아니고 임금 상승 압력이 제한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이번 잭슨홀 미팅의 핵심 중 하나는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개편이다. 연준은 2020년에 도입했던 평균물가목표제에서 사실상 후퇴했다. 평균물가목표제는 과거 물가가 목표치보다 낮았던 기간이 길 경우 이후 일정 기간 물가가 2%를 넘어도 이를 허용해 평균적으로 2%를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이 제도는 기준금리가 0% 근처까지 내려가 더 이상 인하 여력이 없는 상황을 전제로 설계됐다. 연준은 당시 이를 유효하한선 ELB 상황이라고 설명해왔다.
파월은 현재의 경제 환경이 2010년대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밝혔다. 무역 갈등 심화로 관세 수준이 높아졌고 이민 감소로 노동 공급이 축소되면서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 수준 자체가 이전보다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평균물가목표제가 현실과 맞지 않으며 물가 목표 2%를 보다 명확하고 엄격한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 제시됐다.
고용 목표에 대한 해석도 조정됐다. 연준은 과거 고용이 목표 수준에 미치지 못할 때만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상황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다만 고용이 일시적으로 과열돼 보이더라도 물가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면 즉각적인 긴축에 나서지 않겠다는 유연성도 함께 포함됐다.
이는 물가와 고용이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두 목표가 각각 얼마나 목표에서 벗어나 있는지와 정상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는 원칙으로 판단된다.
파월은 현재의 미국 경제를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동시에 의식해야 하는 구간으로 설명했다. 관세로 인한 물가 상방 압력 때문에 정책 완화를 서두르기 어렵고 고용 둔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어 긴축을 유지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인식이다. 이에 따라 연준은 모든 선택지를 열어둔 채 경제 지표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설 이후 시장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기대를 일부 조정했다. 연설 이전 2025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 인하가 이뤄질 확률은 80% 중반까지 반영돼 있었지만 연설 이후에는 70%대 중반으로 낮아졌다. 연준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지만 시점을 확정하지도 않았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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