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제 규모가 일본을 넘어 세계 4위로 올라섰다. 하나의 주(州) 정부가 주요 선진국 경제를 제친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이 집계한 2024년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명목 GDP는 4조1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캘리포니아의 성장세는 기술 산업의 확장과 서비스 부문 고도화에 힘입은 결과로 분석된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산업이 기업 생산성을 높이고 있고, 영화와 음악, 게임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다. 농업 부문에서는 와인과 아몬드, 채소류 수출이 견조하다. 제조업에서는 항공우주와 전기차 부문이 성장하고 있다.
같은 해 일본의 GDP는 4조100억달러였다. 캘리포니아는 이제 미국 전체와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네 번째 규모의 경제 단위가 됐다.
GDP는 한 지역이나 국가 안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총가치를 합산한 지표로 경제 규모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기준이다. 미국의 2024년 GDP는 29조1800억달러, 중국은 18조7400억달러, 독일은 4조6500억달러로 나타났다. 그 뒤를 캘리포니아가 이었다.
특히 이번 통계에서는 캘리포니아가 주요 경제권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번 결과를 두고 캘리포니아가 세계 경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다만 현재 연방정부의 관세 정책이 주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캘리포니아 경제가 미국 전체의 성장 동력을 제공하는 만큼 정책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 제조업과 농업 생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기술 산업은 세계 최대 IT 기업들을 배출했고 할리우드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지다.
로스앤젤레스항과 롱비치항은 미국에서 물동량이 가장 많은 항만으로 아시아와 북미를 잇는 무역의 핵심 거점이다. 반도체 설계 기업, AI 소프트웨어 기업, 전기차 제조사,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밀집해 있으며 벤처투자 규모도 미국 내 최상위권이다. 이 같은 산업 구조가 고부가가치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이번 발표는 사상 초유의 관세 정책이 시행되는 시점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 대부분 국가를 상대로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했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25%의 추가 관세를 적용했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145%의 관세를 매겼으며 기존 관세와 합산할 경우 일부 품목은 245%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행정부는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1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양국 간 무역 갈등이 격화됐다. 캘리포니아는 농산물 수출과 아시아와의 교역 비중이 큰 지역이어서 관세 확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있다. 뉴섬 주지사는 연방정부가 관세 부과 권한을 남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 기간 미국이 불공정한 무역 구조에 놓여 있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관세를 통해 제조업 일자리와 공장을 미국으로 되돌리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 인하를 통해 기업과 가계의 차입 비용을 낮추는 정책 역시 그의 경제 구상의 한 축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투자 위축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일본 경제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노동력이 줄고 있으며 복지와 사회보장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 노동 인구 감소는 생산 활동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고령 인구 증가는 의료와 연금 비용을 확대시킨다.
IMF는 최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4월 2일 발표된 미국의 추가 관세와 그에 따른 불확실성이 민간 소비 회복 효과를 일부 상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속도도 기존 예상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 단위 경제가 주요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은 미국 연방제 구조의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다. 캘리포니아는 인구 약 3900만명으로 일본 인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럼에도 GDP 기준으로 일본을 앞섰다는 점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집중된 지역의 경제력이 국가 단위 경제를 능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번 통계는 2024년 확정치 기준이며 향후 환율 변동과 성장률 변화에 따라 순위는 다시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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