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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언제까지 둔화 공포에 갇혀있을 것인가”…이번엔 ‘과열 리스크’ 경고

  • 임지민 기자
  • 입력 2026.01.2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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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를 둘러싼 내러티브가 불과 몇 달 사이 급변했다. 경기 둔화를 걱정하던 시각은 자취를 감추고 이제는 성장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은 27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감속이 아니라 재가속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슬록은 최근 몇 달 동안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고금리 부담과 소비 둔화 조짐으로 인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현재는 성장 모멘텀이 예상보다 강하게 이어지면서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쪽으로 무게가 이동했다는 설명이다.


그가 지목한 가장 큰 동력은 AI와 데이터센터 투자다. 최근 대형 기술기업들이 생성형 AI 서비스 확장과 클라우드 인프라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들 투자의 상당 부분이 주식 발행 등 자기자본 조달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은행 대출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기준금리 수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금리가 높아도 투자가 꺾이지 않는 구조라는 의미다. 

 

이 같은 설비 투자 증가는 건설, 반도체, 전력 설비 등 연관 산업 전반의 수요를 끌어올린다.


환율과 에너지 가격도 성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달러가 약해지면 미국 기업의 해외 매출이 달러 기준으로 늘어나고 수출 가격 경쟁력도 개선된다. 

 

동시에 국제 유가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기업과 가계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원유 선물 가격은 지난해 고점 대비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세금 환급도 가계 소비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른바 ‘빅 뷰티풀 빌’로 불리는 세제 관련 법안 영향으로 평균 가계 세금 환급액이 약 2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 환급은 사실상 정부가 가계에 현금을 되돌려주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단기 소비 여력을 확대한다.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축이다.


문제는 물가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체 지수와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지수 모두 전년 대비 3%에 근접한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연방준비제도가 목표로 제시한 2%와는 여전히 격차가 있다. 

 

시간당 평균 임금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임금 상승은 가계 소득을 늘리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제품 가격 인상 압력으로 전이될 수 있다. 달러 약세 역시 수입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슬록은 이 같은 성장 동력과 끈적한 물가가 결합되면 연준의 통화정책 운용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시장은 연준이 수차례 금리를 낮출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해 왔지만 최근에는 인하 횟수가 줄거나 아예 없을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단기 국채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장기 금리에도 무거운 수준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 20년물과 30년물 국채는 전통적으로 연기금과 보험사가 주요 매수 주체였다. 장기 부채를 발행해 장기간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기관들에 적합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들 기관이 사모 신용, 인프라 자산,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 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회사채 등 대체 투자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민간 자산이 늘어나면서 장기 국채와 수요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수요가 분산되면 국채 금리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재정 여건도 녹록치 않다.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채 발행 규모가 큰 상황에서 투자 수요가 약해지면 금리는 장기간 높은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 슬록은 이러한 재정 리스크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미국 증시와 채권시장은 이미 이런 변화를 일부 반영하고 있다. S&P500 지수는 AI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유가와 달러, 장기 국채 수익률이 동시에 움직이며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경기 침체 가능성을 논하던 시장이 이제는 성장 과열과 물가 재상승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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