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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며칠이면 무시, 길어지면 주시”…연준, 이란 전쟁 변수에 고민 시작

  • 고건 기자
  • 입력 2026.03.0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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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시작된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군사 충돌이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온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내부에서도 전쟁이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판단이 시작됐다. 다만 중앙은행의 대응은 전쟁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 충격의 지속 기간에 달려 있다는 신중한 메시지가 먼저 나왔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5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번 이란 전쟁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연준의 정책 대응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에너지 가격을 사례로 들었다. 전쟁으로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기지만 통화정책에서는 이런 충격이 단기간인지 장기간인지에 따라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중앙은행의 관점에서 볼 때 교과서적 접근법은 이렇다. 일시적 충격은 정책으로 바로 대응하지 않고 넘어가지만 장기간 이어지는 충격은 경제 구조 자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정책 대응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바킨 총재는 현재 시장과 정책 당국이 바로 그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중동 전쟁이 국제 에너지 가격을 자극하면서 미국 물가 경로에도 변수가 생겼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최근 국제 유가는 군사 충돌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급등하며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어섰다.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중동은 여전히 핵심 공급 지역이기 때문에 분쟁이 확대될 경우 공급 차질 가능성이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미국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휘발유 가격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체감도가 가장 높은 항목 중 하나다.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운송비와 생산비 상승을 통해 전반적인 물가 압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연준은 지난 2년 동안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을 이어왔다. 물가 상승률이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통제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내부에 존재한다.


바킨 총재 역시 최근 경제 지표에서 몇 달 동안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 상승 흐름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는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끝냈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미다.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여기에 추가될 경우 통화정책 판단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한편 연준의 금리 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17일부터 18일까지 정례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 회의는 전쟁 이후 처음 열리는 정책회의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당장 완화를 시작하는 등 정책 방향을 바꾸기보다는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이는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는 단계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바킨 총재는 현재 FOMC에서 의결권을 가진 정식 위원은 아니며 교대 방식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체 위원이다. 그럼에도 이번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연준이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충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일반적으로 지정학적 사건 자체보다 그것이 경제 변수에 어떤 형태로 얼마나 오래 영향을 미치는지를 기준으로 정책을 판단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가 좋은 예다. 바킨 총재가 언급한 ‘충격의 지속 기간’이라는 표현도 이 같은 통화정책 원칙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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