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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월 생산자물가, 예상치 절반도 안 됐다

  • 고건 기자
  • 입력 2026.04.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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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 발표됐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폭등이 생산자 비용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실제 결과는 정반대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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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미국 노동통계국 발표자료)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14일 3월 최종 수요 PPI가 전월 대비 0.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PPI는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드는 원가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소비자물가에 앞서 인플레이션 흐름을 예고하는 선행 지표로 쓰인다. 

 

시장 컨센서스(월가 전문가들의 평균 예상치)는 1.1%였다.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 동월 대비 4.0% 올라 예상치 4.6~4.7%를 크게 밑돌았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1% 상승에 그쳐 예상치 0.4~0.5%와의 격차가 더욱 뚜렷했다.


이번 발표 전까지 시장은 3월 PPI가 크게 오를 것으로 봤다. 배경에는 이란 전쟁이 있다. 지난 3월 4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물류 길목이다. 

 

봉쇄 이후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고,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1,000만 배럴 이상 급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수장은 이를 "역사상 최대의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기"로 규정했다.

 

이처럼 전례 없는 에너지 충격이 발생한 상황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이 생산자 원가도 폭등할 것으로 내다본 것은 자연스러운 판단이었다.


실제로 에너지는 크게 올랐다. 3월 최종 수요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8.5% 뛰었다. 휘발유가 15.7% 오른 것을 비롯해 디젤은 42.0%, 항공유는 30.7%, 난방유는 39.4% 급등했다. 가솔린 가격 상승분만으로 3월 전체 PPI 상승폭의 절반 가까이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에너지 안에서 방향이 엇갈렸다. 천연가스가 미가공 단계에서 월별 51.7% 폭락한 것이다. 석유에서는 정제 제품 가격이 폭등했지만, 발전·난방에 널리 쓰이는 천연가스는 반대로 곤두박질쳤다. 두 시장이 정반대로 움직이면서 에너지 전체의 생산자물가 충격이 컨센서스의 예상보다 훨씬 좁은 범위에 머물렀다.


에너지보다 더 결정적인 요인은 서비스 물가의 급제동이다. 최종 수요 서비스 지수는 전월 대비 0.0%를 기록했다. 2월의 0.3% 상승에서 완전히 멈춰버린 것이다. 서비스 항목은 미국 최종 수요 PPI에서 약 68%의 비중을 차지한다. 경제 전체 물가의 3분의 2를 결정하는 항목이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렀다는 의미다.

 

이란 전쟁에 따른 물류·운송비 상승이 서비스 가격에도 전이될 것이라는 예상이 컨센서스 안에 깔려 있었으나, 실제 데이터는 그 반대를 보여줬다. 서비스 물가의 완전 정체가 이번 PPI 헤드라인 미스(예상치 대비 실제치 하회)의 가장 큰 단일 원인으로 보인다.


컨센서스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관세의 갑작스러운 제거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20일 6대 3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광범위한 수입 관세를 위헌으로 무효화했다. 

 

IEEPA는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무역·금융 거래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한 법률이다. 즉 3월 PPI 데이터는 이 관세가 막 사라진 직후의 경제 환경을 담아낸 것이었다.

 

도소매 마진을 측정하는 트레이드 서비스 지수가 3월에 0.3% 하락한 것도 이와 연결된다. 이는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흡수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생산자 단계에서 가격 결정력이 약해진 것이다. 식품 지수도 2월의 2.4% 상승 이후 3월에 0.3% 하락으로 반전했다.


다만 연간 기준의 맥락도 함께 봐야 한다. 전년 동월 대비 4.0% 상승은 2023년 2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에너지 충격 이전부터 생산자 물가는 이미 오름세를 타고 있었다. 특히 중간재 가공품의 경우 연간 기준 6.6%의 상승을 기록해 공급망 상류에서의 비용 압력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발표는 금융시장에 일시적인 안도감을 안겼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발표 이후 약 2% 급등했고 4월 말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소멸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민감한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반도체·기술주 중심으로 강한 매수세가 유입됐다.

 

그러나 PPI 발표 직후부터 경계의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아직 열리지 않았고 원유 공급 차질의 파장은 시차를 두고 생산자 물가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3월 PPI 조사 기간 중 월말에 집중된 휘발유 가격 추가 상승분이 이번 수치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연준이 실질적으로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기준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 직접 영향을 주는 항목들은 오히려 강한 움직임을 보였다. 항공권 가격이 4%, 포트폴리오 관리 수수료가 0.9%, 병원 서비스가 0.2%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를 토대로 3월 헤드라인 PCE를 연 3.1%, 근원 PCE를 3.5%로 추산했다. 2월 수치인 각각 2.8%, 3.0%에서 오른 것이다.

 

파이어리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새뮤얼 톰스는 근원 PPI의 완만한 상승이 진정한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하면서도 에너지 가격은 4월에 상당폭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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