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경영자들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물가 안정 능력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22일 백악관 취임 선서식을 통해 공식 업무를 시작한 가운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기업 인플레이션 기대 조사(SoFIE)는 연준이 마주한 신뢰의 균열을 보여줬다.
이 조사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분야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분기마다 진행되는 대규모 패널 조사다. 응답 기업들은 향후 5년간 평균 물가상승률이 2.4% 수준으로 내려오면 연준이 만족할 것으로 봤다.
연준의 공식 목표치인 2%보다 높은 수치다. 이는 시장이 연준의 목표 달성 의지를 그만큼 약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준이 실제로 5년 안에 물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감을 묻는 질문에서는 회의적 시각이 두드러졌다. "어느 정도 자신 있다"는 미온적 응답이 38.5%로 가장 많았다.
"전혀 자신 없다" 또는 "별로 자신 없다"는 부정적 응답이 22.3%였고 "자신 있다" 또는 "매우 자신 있다"는 응답은 32.8%에 그쳤다.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왕크는 이번 결과를 두고 연준의 물가 안정 능력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으며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평가했다.
기업의 물가 기대치는 단순한 전망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가격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향후 비용이 더 오를 것이라 보는 기업은 마진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기보다 지금 가격을 올리는 쪽을 선택한다. 이런 행동이 모이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현실의 인플레이션으로 옮겨붙는 자기실현적 구조가 만들어진다.
기업들은 극단적인 저물가 가능성도 거의 보지 않았다. 1분기 조사에서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이 1% 아래로 떨어질 확률은 2.5%로 잡혔지만 5%를 넘을 확률은 14.2%로 평가됐다. 2분기 조사에서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7%로 1분기 3.1%보다 더 올랐다.
물가에 대한 우려는 소비자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미시간대가 22일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는 44.8로 1952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3개월 연속 하락이다.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8%, 5~10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3.9%까지 올랐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전의 단기 기대치 3.4%와 비교하면 단기간에 크게 뛰었다. 실제 물가 지표도 가파른 상승세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올라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2.8%, 도매 단계 물가를 보여주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6.0%로 2022년 말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2월 시작된 이란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가까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유가가 급등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미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54달러까지 올랐다.
워시 의장은 이런 환경 속에서 첫 정책 시험대에 오른다. 35세이던 2006년 역대 최연소로 연준 이사에 임명됐던 그는 13일 상원 인준 표결에서 찬성 54표 반대 45표, 연준 역사상 가장 격렬한 표차로 통과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워시가 연준 운영 방식 자체를 손보겠다는 입장이며 인플레이션 측정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워시는 인준 청문회에서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식품과 에너지를 빼더라도 거친 추정치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AI 확산이 생산성을 끌어올려 물가를 낮출 것이라며 금리 인하에 우호적 입장을 보여왔지만 이란전쟁이 이런 전제를 흔들었다.
직전 4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이 회의에서는 4명의 정책위원이 결정에 반대 의견을 냈다. 1992년 말 이후 가장 많은 반대표다.
스티븐 미란 이사는 금리 인하를 주장했고 베스 해맥, 닐 카시카리, 로리 로건 위원은 동결에는 찬성했지만 향후 인하를 시사하는 문구가 성명에 들어가는 것에 반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 6월 회의에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깝다.
채권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22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4.56%, 2년물은 4.13%로 마감했다. 30년물은 15일 한때 5.121%까지 올라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다.
(썸네일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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