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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발 물가 정점론? 월마트가 그리는 '인플레이션 진정' 시나리오

  • 고건 기자
  • 입력 2026.05.2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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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가 식료품 가격 상승을 억누르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모건스탠리 리서치는 5월 27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월마트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 식료품 물가 상승률을 전체 식료품 물가지수보다 낮게 묶어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근거는 1분기 실적에서 확인된 가격 격차다. 같은 매장에서 같은 품목을 비교했을 때 월마트 미국 부문의 식료품 가격은 1년 전보다 0.6%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미국 전체 가정용 식료품 물가지수(집에서 먹는 식품의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는 같은 기간 2.5% 상승했다. 약 190bp(베이시스포인트·1bp는 0.01%포인트) 차이로 그 격차는 분기를 거듭하며 더 벌어지고 있다. 다른 유통업체들이 늘어난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떠넘기는 동안 월마트는 가격을 눌러왔다는 의미다.

 

이런 가격 경쟁력은 고객층 변화로 이어졌다. 연 소득 10만 달러를 넘는 고소득 가구가 최근 월마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소고기 가격이 14.8%, 휘발유 가격이 28.4% 뛰면서 형편이 넉넉한 가구마저 저렴한 매장을 찾아 나선 결과다.

 

월마트의 선방에도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1분기 실적은 견조했지만 2분기 전망을 조심스럽게 제시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주가는 52주 최고가 대비 10% 넘게 밀렸다. 

 

그럼에도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5월 22일자 보고서에서 월마트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과 목표주가 140달러를 그대로 유지했다. 현재 주가보다 약 15% 오를 여지가 있다는 계산이다.


보고서가 주목한 또 다른 대목은 관세발 물가 상승이 정점에 다가서고 있다는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관세로 인한 가격 전가가 예상치 70bp 가운데 64bp가 이미 4월까지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데이터에 반영됐다고 추산했다. 

 

PCE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물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시하는 지표다. 수입품에 매긴 관세 비용 대부분이 이미 소비자 가격에 녹아들어 더 오를 여력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연준 계열 연구기관의 분석도 비슷한 결론에 닿는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관세가 근원 PCE 물가 상승률에 미친 영향이 올해 2월 정점을 찍었으며 이는 관세로 늘어난 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빠짐없이 전가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이 직접 내놓은 분석에서도 2025년 11월까지 시행된 관세가 근원 상품 PCE 가격을 3.1% 끌어올렸고 이 전가 과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물가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변수가 많다. 4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세보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이 상승을 주도했다. 중동 분쟁이 석 달째 이어지며 브렌트유 가격은 5월 초 배럴당 115달러를 넘어선 뒤 108~113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휘발유와 난방유 가격이 두 달 연속 물가를 밀어 올린 배경이다. 상품 부문에서는 관세 효과가 옅어지는 신호가 보였지만 항공료가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에너지 비용발 물가 압력이 새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AI 투자 확대가 만든 물가 압력도 새 변수로 등장했다. 4월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부속 제품 가격이 한 달 새 5% 올랐다. 이 품목은 연준이 중시하는 PCE 지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관세 전가는 끝물에 접어들었지만 에너지와 서비스 물가가 그 자리를 메우는 형국이다. 주거비와 임금에 연동된 핵심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3%대 중반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썸네일 사진 출처: Canadian Gro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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