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가 식료품 가격 상승을 억누르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모건스탠리 리서치는 5월 27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월마트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 식료품 물가 상승률을 전체 식료품 물가지수보다 낮게 묶어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근거는 1분기 실적에서 확인된 가격 격차다. 같은 매장에서 같은 품목을 비교했을 때 월마트 미국 부문의 식료품 가격은 1년 전보다 0.6%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미국 전체 가정용 식료품 물가지수(집에서 먹는 식품의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는 같은 기간 2.5% 상승했다. 약 190bp(베이시스포인트·1bp는 0.01%포인트) 차이로 그 격차는 분기를 거듭하며 더 벌어지고 있다. 다른 유통업체들이 늘어난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떠넘기는 동안 월마트는 가격을 눌러왔다는 의미다.
이런 가격 경쟁력은 고객층 변화로 이어졌다. 연 소득 10만 달러를 넘는 고소득 가구가 최근 월마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소고기 가격이 14.8%, 휘발유 가격이 28.4% 뛰면서 형편이 넉넉한 가구마저 저렴한 매장을 찾아 나선 결과다.
월마트의 선방에도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1분기 실적은 견조했지만 2분기 전망을 조심스럽게 제시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주가는 52주 최고가 대비 10% 넘게 밀렸다.
그럼에도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5월 22일자 보고서에서 월마트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과 목표주가 140달러를 그대로 유지했다. 현재 주가보다 약 15% 오를 여지가 있다는 계산이다.
보고서가 주목한 또 다른 대목은 관세발 물가 상승이 정점에 다가서고 있다는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관세로 인한 가격 전가가 예상치 70bp 가운데 64bp가 이미 4월까지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데이터에 반영됐다고 추산했다.
PCE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물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시하는 지표다. 수입품에 매긴 관세 비용 대부분이 이미 소비자 가격에 녹아들어 더 오를 여력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연준 계열 연구기관의 분석도 비슷한 결론에 닿는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관세가 근원 PCE 물가 상승률에 미친 영향이 올해 2월 정점을 찍었으며 이는 관세로 늘어난 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빠짐없이 전가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이 직접 내놓은 분석에서도 2025년 11월까지 시행된 관세가 근원 상품 PCE 가격을 3.1% 끌어올렸고 이 전가 과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물가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변수가 많다. 4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세보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이 상승을 주도했다. 중동 분쟁이 석 달째 이어지며 브렌트유 가격은 5월 초 배럴당 115달러를 넘어선 뒤 108~113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휘발유와 난방유 가격이 두 달 연속 물가를 밀어 올린 배경이다. 상품 부문에서는 관세 효과가 옅어지는 신호가 보였지만 항공료가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에너지 비용발 물가 압력이 새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AI 투자 확대가 만든 물가 압력도 새 변수로 등장했다. 4월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부속 제품 가격이 한 달 새 5% 올랐다. 이 품목은 연준이 중시하는 PCE 지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관세 전가는 끝물에 접어들었지만 에너지와 서비스 물가가 그 자리를 메우는 형국이다. 주거비와 임금에 연동된 핵심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3%대 중반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썸네일 사진 출처: Canadian Grocer)
BEST 뉴스
-
400억 달러 AI 펀드 '파산설'…반도체주 덮친 청산 공포
AI 전문 헤지펀드 '밸류얼라인드리서치어드바이저스(VARA)'의 파산설이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 거액 투자자의 돈을 모아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다. 실제 청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VARA가 대량 보유한 종목들이 이번 주 매도세의 한가운데 있었다. 15일(미국 동부... -
캐시 우드 '스페이스X 줍줍' 멈췄다…로빈후드 팔고 코어위브·베라사이트 담아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ARK Invest)가 지난주 스페이스X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지난 6월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사들이던 종목이다. 같은 기간 아크는 AI·바이오·방산 기술주를 늘리고 로빈후드와 테라다인 등 많이 오른 종목은 덜어냈다. 12일 시킹...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미국의 9월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 예상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자 뉴욕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고용 둔화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 오른 5만1176.96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500... -
"팬더는 왔지만 반도체는 없었다"…미중 정상회담 성과는 '두 달짜리 휴전 연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이 25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사흘간의 일정에서 나온 가장 큰 성과는 양국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기로 한 합의다. 그 외에 AI 부문이나 지정학 현안에서 눈에 띄는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휴전 연장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 이미 공개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월가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저보스를 재무장관실 카운슬러로 영입했다.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채권시장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시장과 직접 대화할 인물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카운슬러는 장관을 보좌하는 고위 자문직으로 상원 인준이 필요 없어 ...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제 석유제품 시장이 출렁였다. 22일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를 내보내지 말자고 행정부 내부에서 주장해 왔다며 결정은 빠르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스콧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금리 세 번 더 올린다"는 월가 베팅에 엘에리언 "과하다"…기술주 급락이 변수
-
이란 전쟁 8개월에 한 집당 2000달러 증발…’전쟁 청구서' 받아든 미국 가계
-
전쟁도 불황도 없는데 적자 2조달러…미국 국채금리 6% 경고등
-
미 국채금리 24년 만에 최고인데…채권펀드엔 '역대급' 뭉칫돈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
연준 서열 3위 윌리엄스 "서두를 필요 없다"...금리인상 분위기 급반전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
AI도 '대마불사'로 가나…연준 인사가 던진 경고성 질문
-
미 국채 금리 5.2% 돌파…"국가부채 위기? 489조 달러 민간자산 보라" 반론도 나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