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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저소득층 지갑 열리며 'K자형 경제' 균열 봉합 조짐

  • 고건 기자
  • 입력 2026.06.1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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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를 갈라놓던 'K자형' 양극화 구도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K자형 경제란 고소득층은 위로 뻗어가고 저소득층은 아래로 가라앉으며 둘 사이 격차가 알파벳 K처럼 벌어지는 양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팬데믹 이후 미국 소비를 설명해온 이 구도가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고 미국 2위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산하 연구기관인 BofA연구소의 리즈 에버렛 크리스버그 소장이 CNBC 인터뷰에서 밝혔다.

 

근거는 BofA연구소가 펴낸 5월 소비자 점검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BofA 고객의 신용·직불카드 사용액 등 은행 자체 데이터를 토대로 미국 소비자의 씀씀이와 재무 상태를 추적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5월 가구당 카드 지출은 1년 전보다 5% 넘게 늘었다. 약 4년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휘발유 가격 상승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름값을 뺀 지출도 3.9% 늘었고 소매와 서비스 양쪽에서 고르게 증가세가 나타났다.

 

격차가 좁혀진 배경으로 크리스버그 소장은 노동시장의 변화를 첫손에 꼽았다. 그동안 임금 상승률에서도 K자가 뚜렷했는데, 저소득층 임금 상승률이 1.6%에서 3% 이상으로 거의 두 배가 됐다는 것이다. 이 대목이 흐름을 바꾼 핵심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BofA연구소 데이터에서 전체 급여 증가율은 1.4%였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저소득 계층과 서비스업에 몰렸다. 다만 이 증가에는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따른 일시적 효과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물가와 기름값이 오르면 저소득층이 먼저 지갑을 닫을 것으로 봤다. 실제로는 반대였다. 저소득층의 재량지출, 즉 생필품이 아니라 외식·여가처럼 꼭 필요하지는 않은 항목에 쓰는 돈의 증가율이 3.2%에서 4.5%로 오히려 뛰었다. 

 

크리스버그 소장은 그 동력으로 두둑한 예금 잔액과 세금 환급, 최근의 임금 상승을 들었다. 미국은 매년 봄 한 해 동안 더 낸 세금을 정부로부터 돌려받는데, 올해 환급액이 늘면서 가계 소비를 떠받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그는 표면 아래에서 압력이 쌓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고소득층은 임금이 오르는 속도보다 적게 쓰는 반면, 중·저소득층은 임금 상승분을 넘겨 쓰고 있다는 것이다. 버는 것보다 많이 쓰는 상태가 영원히 갈 수는 없으며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아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물가 부담은 가볍지 않다. 미 노동부 발표를 보면 5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4.2% 올라 2023년 4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란과의 무력 충돌로 에너지 가격이 들썩이면서 휘발유 값이 40% 넘게 치솟은 영향이 컸다. 그렇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폭은 둔화돼, 기름값 충격이 다른 품목으로 번지는 정도는 제한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부담에도 미국 소비자가 재정적으로 무너지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크리스버그 소장의 진단이다. 사람들이 신용카드 한도를 끝까지 쓰거나 빚을 내 소비를 메우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로서는 소비자가 상당히 견조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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