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브루스 캐스먼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탄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캐스먼은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물가의 바탕에 깔린 흐름이 시장이 인식하는 것보다 끈질기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준이 연말이 되기 전에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준금리는 시중은행의 대출과 예금 금리는 물론 경제 전반의 자금 조달 비용을 좌우한다. 물가가 오를 때 금리를 올리면 돈을 빌리는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와 투자가 줄어 물가를 누르는 효과가 있다.
캐스먼은 최근 에너지 가격 충격으로 소비자들이 압박을 받고 있지만 소비 자체가 무너지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소비자가 다소 휘청이고는 있어도 부러질 정도는 아니라고 표현했다. 정보기술(IT) 업종과 비(非)IT 업종 모두에서 경기가 살아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JP모건의 공식 전망은 연준이 2027년에 금리를 올린다는 것이지만 캐스먼은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경제 지표가 그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봤다.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고 고용시장이 빡빡해지는 흐름이 확인되면 연준은 연말 이전에 금리를 올려야 하며 긴축 쪽으로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긴축은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여 경기 과열과 물가를 잡으려는 정책 방향을 뜻한다.
그는 견조한 기업 실적이 지금의 주식시장을 떠받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인 위험을 경계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할 때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캐스먼은 연준의 공격적인 추가 조치가 결국 주식과 경제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고 봤다.
고용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주요 정책 발표 이후 한동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다가 정상적인 채용 흐름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경제 전반의 수요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가장 큰 과제는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앞으로 6~9개월 동안 연준이 직면할 문제는 고용시장이 더 빡빡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캐스먼의 경고는 미국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4.2% 올라 2023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소비자가 실제로 사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물가 지표다. 물가 상승률은 1월 2.4%에서 석 달 연속 빨라졌다.
이번 물가 급등의 주범은 에너지였다. 노동부는 5월 물가 상승분의 60% 이상이 에너지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휘발유 가격은 1년 전보다 40.5% 뛰었다. 지난 2월 말 시작된 이란 전쟁으로 세계 원유의 상당량이 지나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사실상 막히면서 원유 공급이 줄어든 영향이다.
다만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물가는 2.9% 상승에 그쳐 물가 상승 압력이 아직 경제 전반으로 폭넓게 번지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6월 17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3.75%로 동결했다. 케빈 워시 신임 의장이 주재한 첫 회의였다. 표결에서 금리를 올리지는 않았지만 위원들이 향후 금리 전망을 점으로 찍어 보여주는 '점도표'에서는 18명 중 9명이 연내 인상을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매파적, 즉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을 선호하는 신호로 읽었다. 회의 직후 다우지수는 0.98% 내렸고 시장은 10월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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