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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읽어낸 연준의 속마음..."5년 만에 가장 매파적"

  • 고건 기자
  • 입력 2026.07.0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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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인사들의 발언 정서를 AI로 수치화한 지표가 2023년 말 이후 가장 매파적인 수준까지 치솟았다. 

 

매파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높게 유지하거나 올리려는 성향을 뜻한다. 반대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리려는 성향은 비둘기파라 부른다. 이 지표가 급등했다는 것은 연준이 금리 인상 쪽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는 신호다.


화제가 된 지표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개발한 페드스피크(Fedspeak) 지수다. 페드스피크는 연준 인사들이 시장에 신호를 보내기 위해 쓰는 특유의 절제된 화법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지수는 연준 정책 결정자들이 내놓은 연설과 성명을 AI가 읽어 매파적인지 비둘기파적인지를 점수로 환산한다. 개별 문구마다 극단적 비둘기파를 뜻하는 마이너스 2에서 극단적 매파를 뜻하는 플러스 2까지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굳이 AI를 동원하는 이유는 위원 한두 명의 발언만으로는 연준 전체의 흐름을 읽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모델은 2009년 이후 연준 인사들의 발언 6200여 건과 관련 뉴스 헤드라인 수만 건을 학습했다. 

 

사람인 이코노미스트가 텍스트를 해석하는 방식을 그대로 흉내 내도록 훈련해 연준 전체의 말투가 어느 방향으로 기우는지 잡아내도록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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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찰스슈왑의 케빈 고든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지수는 6월 말 5.83까지 올랐다. 2024년 내내 깊은 비둘기파 영역에 머물다가 방향을 완전히 튼 것이다. 특정 인사 한 명이 매파적으로 돌아선 것이 아니라 연준 전체의 발언 정서가 통째로 긴축 쪽으로 기울었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과거 예측력을 보인 전례가 있다. 2023년 말 당시 지수가 2019년 초 제롬 파월 전 의장이 비둘기파로 돌아서기 직전과 비슷한 값을 기록했고 실제로 그 다음 달 연준이 완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치의 변화는 실제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가장 극적으로 입장을 바꾼 인물은 지난달 취임한 케빈 워시 신임 의장이다. 그는 의장 후보 시절만 해도 AI가 생산성을 높여 물가를 끌어내릴 것이라며 금리 인하를 지지했다. 그러나 취임 후 첫 회의에서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연준이 5년간 물가 목표를 놓쳤고 이를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못박았다.

 

발언 방식 자체도 달라졌다. 워시는 취임 첫 회의에서 통화정책 성명서를 이전의 절반 이하로 줄였다. 성명서에는 연준이 다음에 금리를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미리 알려주는 문구가 담겨 왔는데 이를 통째로 삭제했다. 시장이 향후 인하를 예측할 때 의지하던 언어적 단서가 사라진 것이다. 

 

과거 성명이 주의 깊게 관찰하겠다거나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식의 조건부 표현을 관행처럼 써 온 것과 달리 이번 성명은 물가 안정을 실현하겠다는 단정적인 문장으로 바뀌었다.

 

인상을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인사도 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소비가 버텨준다면 현재 정책이 물가를 잡기에 충분히 강하지 않을 수 있다며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가 하락과 AI를 오히려 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해석했다. 기름값이 떨어지면 소비가 늘어 물가 압력이 커지고 AI 데이터센터가 전기 요금과 반도체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논리다.

 

주목할 점은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던 인사들의 발언까지 매파 쪽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뚜렷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인하를 시사하던 이전과 달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페드스피크 지수가 5.83까지 뛴 것은 인상파와 중립파의 발언이 동시에 긴축 쪽으로 겹친 결과다.

 

다만 워시를 순수한 매파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그는 생산성을 분석하는 여러 조직을 새로 꾸렸는데 이는 연내 인하의 명분을 찾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시장 신뢰를 얻기 위해 전략적으로 매파적인 모습을 보이며 나중에 인하할 여지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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