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케빈 워시 의장이 여전히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취임 후 처음으로 선 세계 통화정책의 최대 무대에서 나온 발언에 시장은 다음 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급격히 높여 반영하기 시작했다.
워시 의장은 28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이번 여름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나아졌지만 물가의 근본적인 흐름이 뚜렷하게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잭슨홀 심포지엄은 매년 여름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학자들이 모여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자리로 시장은 이 연설에서 나오는 발언 하나하나에 주목한다.
연준이 목표로 삼는 물가상승률은 2%다. 워시 의장은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물가가 3.7% 올랐고, 최근 6개월만 떼어 연율로 환산하면 4.1% 상승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3.4% 수준으로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러 지표가 완벽하지는 않아도 물가가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물가의 진짜 흐름을 읽기 위해 PCE를 구성하는 199개 항목을 하나하나 뜯어본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최근 1년간 물가가 3% 넘게 오른 품목이 전체의 54%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 대유행 직후 77%에 비하면 낮아진 수치지만, 물가가 안정적이던 시기의 32%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번 연설은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물가 위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태도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었다.
당시 그는 금융 여건에 대해 다소 애매한 평가를 내렸지만 이번에는 지금의 금융 여건을 물가를 억누를 만큼 긴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가를 잡기에 아직 조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금리 인상 쪽에 무게가 실린 발언이다.
워시 의장은 근원적인 물가가 목표치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연준이 할 일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5개월간 이어진 높은 물가에 대한 책임이 중앙은행에 있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연준이 앞으로 금리를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알려주는 이른바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2021년의 사례를 들며 당시 연준이 저금리를 오래 유지하겠다고 미리 약속한 탓에 물가가 치솟았을 때 대응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특정 조건이 되면 이렇게 하겠다는 식의 약속이 오히려 연준의 손발을 묶는다는 것이다. 그는 조용하면서도 목적이 분명한 연준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워시 의장은 시장이 연준의 입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경제 지표를 스스로 해석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 참여자들이 연준을 다음 거래의 힌트를 얻는 창구로 삼는 상황을 용인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시장은 그의 발언을 매파적(긴축 선호)으로 받아들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금리 전망 도구에 따르면 9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연설 전 35% 안팎에서 연설 직후 55~59% 수준으로 뛰었다.
정책금리 전망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 달 만에 최고 수준인 4.29%까지 올랐고 달러 가치도 0.4% 상승했다. 반면 최근 급등했던 30년 만기 장기 국채 금리는 소폭 하락하며 진정됐다. 뉴욕 증시는 3대 지수가 소폭 하락 마감했다.
이번 발언은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을 키울 수 있다. 워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인물이다. 연준은 다음 달 15~16일 회의에서 금리를 결정한다. 워시 의장은 이 자리에서도 인상 여부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BEST 뉴스
-
400억 달러 AI 펀드 '파산설'…반도체주 덮친 청산 공포
AI 전문 헤지펀드 '밸류얼라인드리서치어드바이저스(VARA)'의 파산설이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 거액 투자자의 돈을 모아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다. 실제 청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VARA가 대량 보유한 종목들이 이번 주 매도세의 한가운데 있었다. 15일(미국 동부... -
캐시 우드 '스페이스X 줍줍' 멈췄다…로빈후드 팔고 코어위브·베라사이트 담아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ARK Invest)가 지난주 스페이스X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지난 6월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사들이던 종목이다. 같은 기간 아크는 AI·바이오·방산 기술주를 늘리고 로빈후드와 테라다인 등 많이 오른 종목은 덜어냈다. 12일 시킹...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미국의 9월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 예상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자 뉴욕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고용 둔화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 오른 5만1176.96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500... -
"팬더는 왔지만 반도체는 없었다"…미중 정상회담 성과는 '두 달짜리 휴전 연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이 25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사흘간의 일정에서 나온 가장 큰 성과는 양국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기로 한 합의다. 그 외에 AI 부문이나 지정학 현안에서 눈에 띄는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휴전 연장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 이미 공개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월가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저보스를 재무장관실 카운슬러로 영입했다.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채권시장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시장과 직접 대화할 인물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카운슬러는 장관을 보좌하는 고위 자문직으로 상원 인준이 필요 없어 ...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제 석유제품 시장이 출렁였다. 22일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를 내보내지 말자고 행정부 내부에서 주장해 왔다며 결정은 빠르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스콧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금리 세 번 더 올린다"는 월가 베팅에 엘에리언 "과하다"…기술주 급락이 변수
-
이란 전쟁 8개월에 한 집당 2000달러 증발…’전쟁 청구서' 받아든 미국 가계
-
전쟁도 불황도 없는데 적자 2조달러…미국 국채금리 6% 경고등
-
미 국채금리 24년 만에 최고인데…채권펀드엔 '역대급' 뭉칫돈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
연준 서열 3위 윌리엄스 "서두를 필요 없다"...금리인상 분위기 급반전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
AI도 '대마불사'로 가나…연준 인사가 던진 경고성 질문
-
미 국채 금리 5.2% 돌파…"국가부채 위기? 489조 달러 민간자산 보라" 반론도 나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