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의무화하는 새로운 규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 고객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칩과 동일한 규모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도록 요구하는 ‘국산 대 수입 1대1 비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부족분에 대해서는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즉, 특정 기업이 미국에서 연간 100만 개의 칩 생산을 약속하면 그 물량만큼은 해외에서 수입하더라도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구조다. 다만 실제 공장이 가동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일정 유예 기간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구상은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자급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 쿠쉬 데사이는 “미국은 국가와 경제 안보의 핵심인 반도체 수요를 외국 수입에 의존할 수 없다”며 “정책 세부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반응이 이어진다. 이미 대규모 미국 내 투자를 진행 중인 TSMC, 마이크론, 글로벌파운드리스, 삼성전자 등은 규제 부담을 감내할 수 있지만 애플이나 델과 같이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는 기업에는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엔비디아, 마벨과 같은 팹리스 업체에 대해서는 “사업 모델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 투자자는 “엔비디아가 TSMC에서 만든 고성능 GPU 하나와 미국 내 저가 칩 수십 개를 맞바꿀 수 있냐”며 제도의 모호성을 꼬집었다.
시장 반응도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현지 생산 확대는 당연하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지만 “현 수요를 충족하는 건 불가능하다”거나 “집행과 추적이 악몽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이런 규제는 전형적인 ‘작은 정부’를 외치던 보수의 자기모순”이라며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향후 관세 부과와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현재 정부는 반도체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중이며 조사 종료 이후 새로운 관세안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비율 규제는 확실한 무역 질서 재편 시그널”이라며 “공급망 재구축에는 장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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