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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퀄컴 반독점 조사 착수…자율주행 인수 신고 누락이 도화선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10.1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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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Qualcomm)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공식 개시했다. 문제의 발단은 퀄컴이 자율주행 통신칩 업체 오토톡스(Autotalks)를 인수하면서 이를 중국 시장감독총국(SAMR)에 신고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이 조사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가열되는 시점에 나와 양국 간 기술 거래에 또 다른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시장감독총국은 퀄컴의 인수 절차가 중국의 반독점 관련 법규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경제 전문매체 차이신글로벌은 퀄컴이 시장감독총국으로부터 통보를 받았으며 해당 인수와 관련해 사전 신고 절차를 누락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퀄컴은 성명에서 “중국 규제 당국과 협조하고 있으며 관련 법적 요구사항을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토톡스는 차량 간 통신(V2X) 기술을 개발하는 이스라엘 기반 기업으로 자율주행차의 안전 통신망 구축을 위해 필수적인 칩과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퀄컴은 지난해 이 회사를 인수하며 자사의 자동차 반도체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 거래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규제 당국의 승인을 이미 받았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뒤늦게 조사에 나선 것은 해당 인수가 중국 내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자국 내 기술 안보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내 반독점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인수합병 거래가 있을 경우 시장 점유율과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지 당국에 사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거래 취소 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가 가능하다. 

 

시장감독총국은 지난해에도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자국 내 경쟁사와의 계약 조건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7억 6000만 위안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역시 중국이 기술 주권을 강화하려는 의도와 연관이 깊다고 본다. 

 

특히 오토톡스의 기술이 자율주행차용 통신 시스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만큼 중국은 이를 통해 자국 내 기술 독립성을 위협받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는 평가다. 베이징의 한 통신장비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통신은 차세대 교통 인프라의 뼈대가 되는 분야라 중국 정부가 이를 외국 기술에 의존하는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사는 명목상 절차 위반이지만 실제로는 기술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전략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퀄컴은 이미 중국 시장에서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자사 매출의 약 3분의 1가량을 중국 고객으로부터 얻고 있다. 

 

그만큼 중국 규제 리스크에 취약한 구조다. 지난 2015년에도 퀄컴은 중국 정부의 반독점 조사를 받고 약 9억 7500만 달러의 과징금을 낸 바 있다. 당시에도 퀄컴은 특허 사용료 부과 방식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결국 중국 내 사업 조건을 대폭 수정해야 했다. 

 

이번 사안은 10년 만에 다시 반복된 셈이다. 투자자들은 이번 조사가 퀄컴의 자동차 반도체 사업 확장 계획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꼽히며 엔비디아와 인텔,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퀄컴은 지난해 기준 자동차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35% 증가한 14억 달러를 기록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중국이 이번 거래에 제동을 걸 경우 퀄컴의 글로벌 확장 전략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사가 미중 간 기술 패권 다툼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내 첨단 기술 기업들의 반발이 커졌고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중국이 해외 반도체 기업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이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지난달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제품에 대한 안보 심사를 추가로 실시했으며 자국 내 데이터센터 장비 입찰 과정에서 미국산 부품 사용 제한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퀄컴 조사는 중국이 자국 기술 주권을 방어하는 상징적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자율주행과 통신 분야는 국가 간 표준 경쟁이 치열한 영역으로, 기술 거래 하나가 국가 전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분석가는 퀄컴이 이미 중국 내 사업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어 단기간 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시장 관계자는 “퀄컴이 과거 사례처럼 당국과 조율을 통해 과징금이나 조건부 승인으로 문제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이 이번 사안을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예상보다 협상이 길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미중 기술 전쟁의 민감한 균열을 다시 드러내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양국 모두 기술을 새로운 안보 자산으로 인식하는 만큼 글로벌 기업들의 인수합병은 더 까다로운 규제의 그물망 속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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