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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구글 AI 칩 도입 논의…엔비디아 시총 하루 새 240조 증발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11.2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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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11월 25일(현지시간) 장중 6% 넘게 급락했다. 촉발 요인은 메타가 구글의 인공지능(AI) 전용 칩 ‘TPU(Tensor Processing Unit)’을 도입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였다. AI 서버 시장의 핵심 부품인 칩 공급처가 바뀌면 기업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이번 내용은 IT 전문 매체 더인포메이션과 로이터가 먼저 전했고 주요 외신이 연이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2027년 자체 데이터센터에 구글 TPU를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026년에는 구글 클라우드에서 TPU를 임대해 사용하는 시나리오도 포함됐다. TPU는 원래 구글 내부 서비스에 쓰이던 전용 칩이었지만 최근 성능이 크게 높아지면서 외부 기업이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방형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다.


AI 모델을 학습하고 추론하려면 초고속 연산이 가능한 칩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시장의 표준은 엔비디아 ‘GPU’였다. GPU는 쉽게 말해 여러 연산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데 최적화된 칩으로 생성형 AI 유행 이후 대부분의 기업이 모델 개발과 서비스 운영에 GPU를 쓴다. 

 

문제는 수요가 워낙 몰려 GPU 대기 기간이 몇 달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메타도 2024~2025년을 거치며 엔비디아 H100·H200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메타가 GPU 외 다른 선택지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은 꾸준히 나와 왔다.


구글 TPU가 주목받는 이유는 성능과 효율이 크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구글은 올해 I/O 행사에서 차세대 TPU ‘트릴리움(Trillium)’을 공개했는데, 전력 효율이 이전 세대보다 약 67% 높아졌고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할 때 필요한 연산 처리 능력도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용량과 데이터 이동 속도도 개선됐다. 

 

쉽게 말하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가 늘고 전력이 덜 들어가는 방식으로 설계된 칩이라는 뜻이다. 과거 TPU는 텐서플로 기반 모델에만 쓰인다는 제한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파이토치(Pytorch)와 JAX까지 지원하며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는 TPU가 더 이상 구글 내부만을 위한 장비가 아니라 시장에 나와 경쟁하는 플랫폼으로 변했다는 의미다.


시장 충격이 컸던 이유는 엔비디아 매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로이터는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번 딜이 성사될 경우 엔비디아 연간 AI 칩 매출의 최대 10%까지 구글로 이동할 수 있다”고 전했다. 

 

메타는 올해 인프라에 700억 달러 가까운 예산을 편성했으며 그중 상당 부분을 AI 데이터센터에 배정했다. 만약 이 예산 일부가 TPU 구매로 전환된다면 엔비디아의 수년치 성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2,430억 달러(약 240조 원)가 사라졌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가 6% 넘게 밀리는 동안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약 3% 상승했고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AMD는 9% 급락했다. 알파벳 주가는 최근 ‘제미나이’ 업그레이드 기대감에 이미 상승세였는데, TPU 협상 보도가 더해지면서 투자 심리가 강화됐다. 

 

반면 엔비디아와 AMD는 “AI 칩 시장이 본격적으로 경쟁 구도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반영됐다.


엔비디아는 즉각 입장을 냈다. “구글의 성공을 축하한다”고 밝히면서도 “엔비디아는 현재 업계에서 한 세대 이상 앞서 있고 모든 AI 모델을 어떤 환경에서든 돌릴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TPU 같은 ASIC(특정 기능 전용) 칩은 범용성이 떨어져 다양한 모델을 운영해야 하는 기업에게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엔비디아는 GPU 생태계가 소프트웨어·라이브러리·툴·개발자 커뮤니티로 구성돼 있어 쉽게 대체되기 어렵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시장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TPU는 ‘구글만 쓰는 칩’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몇 년간 성능과 지원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대형 고객들이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구글 클라우드는 이미 대형 고객에게 TPU v5e·v5p·트릴리움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내부 서비스뿐 아니라 외부 고객이 AI 모델을 TPU 기반으로 학습하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이번 협상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메타가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 방안”을 검토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에는 큰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다. 

 

GPU 수요 폭증으로 공급 병목이 심해진 상황에서 메타 같은 대형 기업들이 다양한 칩 옵션을 찾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구글 TPU가 시장 점유율을 크게 뒤집을 가능성은 아직 낮지만 빅테크가 GPU 외 대체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엔비디아의 프리미엄을 흔드는 요소”라고 지적한다.


AI 칩 시장은 이제 기술 경쟁을 넘어 공급망 경쟁, 전력 효율 경쟁, 생태계 경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메타와 구글의 협상은 그 변화의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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