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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엔비디아 AI칩 80억달러어치 "팔고 다시 빌려 쓴다"

  • 고건 기자
  • 입력 2026.10.0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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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데이터센터에 설치한 엔비디아 AI 칩 약 80억달러어치를 외부 투자자에게 넘긴 뒤 다시 빌려 쓰는 방안을 추진한다. AI 인프라 투자가 급격히 불어나자 칩 자체를 자산으로 삼아 돈을 끌어오는 방식을 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을 인용해 아마존이 최근 몇 주간 투자자들을 만나 이 거래에 대한 수요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대상은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그레이스 블랙웰' 수천 개다. 

 

그레이스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설계한 중앙처리장치(CPU) '그레이스'와 AI 연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을 하나로 묶은 제품이다. 해당 칩은 아마존이 직접 사들이거나 임차한 물량으로 네바다와 버지니아 등 미국 5개 주의 데이터센터 10여 곳에 설치돼 있다.


아마존은 칩을 특수목적법인(SPV)에 넘긴다. SPV는 특정 거래 하나만을 위해 세우는 서류상 회사로 모기업과 재무적으로 분리된다. SPV는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에게서 칩 매입 자금을 조달하고 아마존은 SPV에 임대료를 내며 칩을 계속 쓴다. 

 

자산을 판 뒤 곧바로 다시 빌리는 '세일즈 앤드 리스백' 방식이다. 투자자는 아마존이 내는 임대료로 원리금을 돌려받는다. 아마존은 SPV 지분을 최대 10%까지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자신은 지분을 갖지 않을 계획이다. 아마존은 논평을 거부했다.


FT는 이 구조로 아마존이 '자산 경량화'를 꾀할 수 있다고 짚었다. 값비싼 반도체를 직접 소유하면 회사의 재산과 빚을 정리한 장부인 대차대조표에 자산으로 잡히고 해마다 가치 하락분을 비용으로 나눠 반영하는 감가상각 부담도 진다. 칩을 SPV로 넘기면 이 부담을 덜면서 연산 능력은 그대로 유지한다.


투자자들은 SPV 채권이 투자적격등급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투자적격등급은 신용평가사가 원리금을 떼일 위험이 낮다고 판단한 채권에 주는 등급이다. 칩의 가치보다 임대료를 내는 아마존의 신용등급(AA)이 근거가 된다. 등급이 확보되면 투자 규정이 엄격한 보험사와 연기금도 참여할 수 있다.


배경에는 급증한 설비투자가 있다. 아마존은 7월 30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설비투자 예상액을 2000억달러에서 2200억달러로 높였다.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는 AI 서버용 메모리 가격 급등을 주된 이유로 들며 이 금액을 투입해도 올해와 내년 수요를 모두 감당할 연산 능력은 확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사업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2분기 매출은 422억달러로 1년 전보다 37% 늘었다. 반면 설비 구매액이 1년 새 661억달러 불어나면서 최근 12개월 잉여현금흐름은 76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으로 번 현금에서 설비투자를 뺀 돈으로 기업이 실제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자금을 뜻한다.


회사채 시장에서도 경고음이 나왔다. 아마존은 3월 사상 최대인 370억달러어치 회사채를 발행했고 7월 250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했다. 

 

7월 발행의 최대 주문액은 620억달러로 3월의 절반 수준이었고 투자자들은 만기가 긴 채권에 더 높은 금리를 요구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2025년 10월 메타의 발행 이후 대형 클라우드 기업 가운데 가장 부진한 성적이라고 평가했다. 아마존의 최근 1년 채권 발행액은 1000억달러를 넘는다.


쟁점은 칩의 수명이다. 그레이스 블랙웰은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이지만 차세대 '베라 루빈'에 자리를 내줄 예정이다. 아마존은 투자자들에게 반도체 한 세대가 최소 5년간 쓸모가 있다고 설명해 왔다. 다만 아마존은 지난해부터 일부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의 사용 가능 기간을 6년에서 5년으로 줄였고 이로 인해 2025년 감가상각비가 약 14억달러 늘었다. 

 

대출 기관들은 신제품 출시 주기를 감안해 칩 담보 대출을 보통 3~5년 안에 갚도록 요구한다. 업계에서는 최신 칩으로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이전 세대 칩은 완성된 모델을 구동해 답을 내는 '추론' 작업에 투입한다.


칩을 금융 자산으로 다루는 흐름은 엔비디아가 이끌고 있다. 엔비디아는 8월 10일 아폴로·블랙록·블랙스톤·브룩필드·골드만삭스·KKR 등 6개 금융사와 함께 AI 인프라에 5000억달러 이상의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는 금융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젠슨 황 CEO는 개별 거래 가치의 최대 25%까지 잔존가치를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잔존가치는 임대 기간이 끝난 뒤 장비에 남는 가치로 칩 값이 예상보다 떨어지면 엔비디아가 손실 일부를 메워준다는 뜻이다.


비슷한 구조는 이미 등장했다. 일론 머스크의 xAI는 지난해 10월 200억달러 규모 SPV를 통해 엔비디아 GPU를 사들이고 5년간 빌려 쓰는 계약을 맺었다. 메타는 루이지애나주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를 블루아울캐피털과 세운 SPV에 넣어 약 270억달러를 대출로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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