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로 꼽히는 워런 버핏(96)이 자신이 60여 년간 이끌어온 투자기업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버크셔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버핏을 명예회장으로 위촉했다고 밝혔고 발표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했다.
버핏은 회장직에서 물러나지만 회사를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명예회장 자격으로 이사회 구성원 자리를 유지하며 회사에 계속 조언을 하게 된다.
후임 회장에는 그의 아들 하워드 버핏이 선임됐다. 하워드는 1993년부터 33년간 버크셔 이사회에 몸담아온 인물이다. 사외이사들을 대표하는 선임 사외이사직은 수전 데커가 계속 맡는다.
이번 인사는 버크셔가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경영권 승계 계획의 마지막 단계다. 버핏은 최고경영자(CEO)와 회장을 겸임해왔는데, 지난해 CEO 자리를 먼저 후임에게 넘겼다. 당시 그의 오랜 측근인 그레그 아벨이 CEO를 이어받아 올해 1월 1일부터 회사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애초 버핏은 CEO에서 물러난 뒤에도 회장 자리는 유지할 계획이었으나 이번에 그마저 내려놓으면서 승계 절차가 마무리됐다.
버핏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물러나는 심경을 담담하게 전했다. 그는 "세월은 언제나 이긴다"면서도 세월이 자신에게는 관대했다며 버크셔가 앞날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확신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한 것을 지켜볼 기회를 얻었다고 적었다. 이어 회장직을 맡아온 것은 평생의 영광이었으며 주주들의 신뢰를 당연하게 여긴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서한에는 그가 물러나기로 한 이유가 구체적으로 담겼다. 버핏은 아벨에 대해 처음부터 기대치가 매우 높았지만 그가 그 기대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아벨이 이미 오래전부터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도맡아왔고 자신은 그 결정을 두 번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아들 하워드에 대해서는 회사를 실제로 운영하는 것은 아벨이고 하워드는 재무제표에 적힌 그 무엇보다 값진 회사의 문화와 가치를 지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워드를 두고 "주주들이 소유하되 결코 쓸 일이 없기를 바라는 보험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회사가 위기에 빠졌을 때만 그가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버핏은 개인적인 소회도 남겼다. 그는 최근 96번째 생일을 가족, 친구들과 함께 보냈으며 이제 막 한 살이 된 증손주도 자리에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아이가 요즘 자신보다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인다는 농담을 덧붙였다.
CEO인 아벨은 별도 성명을 통해 버핏이 버크셔와 주주들에게 남긴 영향은 미국 기업사에 유례가 없다고 밝혔다. 버핏이 세운 문화와 그가 지켜온 가치는 버크셔의 중심에 계속 남을 것이며 하워드가 그것을 지키는 수호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버핏이 버크셔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65년이다. 당시 버크셔는 실적이 부진한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섬유회사였다. 버핏은 이 회사를 인수한 뒤 보험을 중심축으로 삼아 철도, 에너지, 항공기 부품, 유통, 부동산, 주택건설 등 다양한 사업체를 거느린 거대 기업집단으로 키워냈다.
현재 버크셔가 소유한 대표적인 회사로는 미국 대형 화물철도 BNSF, 자동차보험사 가이코 등이 있으며 속옷 브랜드 프루트오브더룸, 페인트 회사 벤저민무어, 건전지 브랜드 듀라셀, 아이스크림 체인 데어리퀸 등도 산하에 있다.
회사가 보유한 주식 투자 규모도 막대하다. 버크셔의 주식 포트폴리오는 3000억 달러에 육박하며,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비롯해 애플, 코카콜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대형 기업 지분을 대거 담고 있다. 회사는 아직 투자에 쓰지 않고 쌓아둔 현금성 자산만 3655억 달러에 이른다.
버핏이 회사를 이끄는 동안 거둔 성과는 수익률로 확인된다. 그가 CEO에서 물러날 무렵까지 버크셔 주가는 550만%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의 상승률이 3만9000%였던 것과 비교된다. 다만 올해 버크셔 주가는 부진하다. S&P500이 11% 넘게 오르는 동안 버크셔 주가는 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번 발표가 나온 18일 개장 전 거래에서 버크셔 주가는 0.1% 하락했다. 새 경영진이 버핏만큼 막대한 자본을 효과적으로 굴릴 수 있을지 시장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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