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를 이끌어온 초대형 기술주들의 몸값이 시장 평균 수준까지 떨어졌다. 골드만삭스는 이들 기업이 오랜 기간 누려온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 리서치는 17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미국 대형 기술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시장 전반의 평균 수준까지 밀려 내려왔다고 밝혔다.
PER는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게 매겨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들이 그 기업의 미래 성장에 더 큰 값을 치르고 있다는 의미다.
기술 대장주들은 지난 수년간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도는 PER를 유지해왔다. 압도적인 성장성과 현금 창출력을 인정받아 프리미엄을 누린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 프리미엄이 빠르게 축소되면서 이제는 나머지 종목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것이 골드만의 분석이다.
골드만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두 가지를 지목했다. 하나는 자본 조달 비용의 상승이다.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업이 돈을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이 커졌다. 다른 하나는 투자 강도의 증가다.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AI 관련 설비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모회사)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데이터센터와 같은 초대형 전산 설비를 운영하며 방대한 연산 능력을 제공하는 기업을 가리킨다.
이 두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지금 대규모 투자에 들어간 돈은 당장은 비용으로 잡히지만 그 성과는 먼 미래에야 돌아온다. 여기에 조달 비용까지 높아지면 미래에 벌어들일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했을 때 그 값이 줄어든다. 결국 주가를 정당화하던 근거가 약해지는 셈이다.
이런 압력은 시장을 대표하는 초대형주들의 밸류에이션 하락으로 이어졌다. 골드만에 따르면 S&P500 지수에서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의 향후 12개월 예상 PER는 최근 고점에서 뚜렷하게 내려왔다. S&P500은 미국을 대표하는 500개 기업으로 구성된 주가지수로, 미국 증시 전반의 흐름을 보여주는 기준으로 쓰인다.
주목할 점은 이들 상위 5개 종목의 예상 PER가 지수 내 나머지 495개 종목의 평균 예상 PER와 근접한 수준까지 좁혀졌다는 것이다. 소수의 대장주가 시장 전체와 확연히 다른 대접을 받던 구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골드만은 현재 대형주 밸류에이션이 시장이 통상 인식해온 것만큼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겉으로 보이는 몸값이 높다는 통념과 달리 실제로는 이익 대비 주가가 그리 비싸지 않다는 의미다.
골드만은 앞선 리서치에서도 기술주 밸류에이션 조정을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지난 4월 보고서에서는 글로벌 기술 업종의 상대 수익률이 지난 50년을 통틀어 가장 부진한 시기 중 하나를 지났으며 업종 전반의 부채 비율이 과거 순현금 상태에서 벗어나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랫동안 견고한 재무구조를 유지해온 기술 기업들의 곳간 사정이 예전만 못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졌다는 것이다.
다만 골드만은 기술주의 이익 흐름 자체는 견조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술 업종의 이익 추정치 상향 폭이 전 세계 어느 업종보다 크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주가와 실적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이는 곧 기술주가 현재 가격에서 저평가 영역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 골드만의 시각이다.
BEST 뉴스
-
400억 달러 AI 펀드 '파산설'…반도체주 덮친 청산 공포
AI 전문 헤지펀드 '밸류얼라인드리서치어드바이저스(VARA)'의 파산설이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 거액 투자자의 돈을 모아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다. 실제 청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VARA가 대량 보유한 종목들이 이번 주 매도세의 한가운데 있었다. 15일(미국 동부...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미국의 9월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 예상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자 뉴욕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고용 둔화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 오른 5만1176.96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500... -
캐시 우드 '스페이스X 줍줍' 멈췄다…로빈후드 팔고 코어위브·베라사이트 담아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ARK Invest)가 지난주 스페이스X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지난 6월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사들이던 종목이다. 같은 기간 아크는 AI·바이오·방산 기술주를 늘리고 로빈후드와 테라다인 등 많이 오른 종목은 덜어냈다. 12일 시킹... -
"팬더는 왔지만 반도체는 없었다"…미중 정상회담 성과는 '두 달짜리 휴전 연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이 25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사흘간의 일정에서 나온 가장 큰 성과는 양국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기로 한 합의다. 그 외에 AI 부문이나 지정학 현안에서 눈에 띄는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휴전 연장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 이미 공개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월가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저보스를 재무장관실 카운슬러로 영입했다.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채권시장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시장과 직접 대화할 인물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카운슬러는 장관을 보좌하는 고위 자문직으로 상원 인준이 필요 없어 ...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제 석유제품 시장이 출렁였다. 22일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를 내보내지 말자고 행정부 내부에서 주장해 왔다며 결정은 빠르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스콧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스타링크, 미국 4번째 이동통신사 노린다…"2036년 점유율 13%"
-
400억 달러 AI 펀드 '파산설'…반도체주 덮친 청산 공포
-
거꾸로 달리고 공중제비 돌았다…테슬라 '나는 스포츠카' 로드스터 9년 만에 공개
-
캐시 우드 '스페이스X 줍줍' 멈췄다…로빈후드 팔고 코어위브·베라사이트 담아
-
유럽이 끌어올린 테슬라…3분기 48만대 인도로 월가 예상 '완파'
-
아마존, 엔비디아 AI칩 80억달러어치 "팔고 다시 빌려 쓴다"
-
마이클 버리 "AI 열풍, 1960년대 컴퓨터 임대 버블과 닮았다"
-
S&P500 기업들 지금 너무 잘 번다?…골드만삭스 "거품 아닌 일시적 현상"
-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60여 년 만에 버크셔 회장직도 내려놨다
-
빅테크 몸값, 시장 평균으로 내려앉아…골드만 "프리미엄 사실상 소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