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주 500개로 구성된 S&P500 기업들이 지금 '과도하게 벌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이 이례적인 실적 급증이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같은 '실적 거품'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7일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값)이 2026년 2분기에 1년 전보다 51% 늘었다고 밝혔다. 최근 네 개 분기를 합치면 26% 증가했다.
이 정도 속도는 경기 침체 직후 반등기였던 2010년과 2021년을 빼면 유례가 없다. 실적이 장기 추세는 물론 경제 성장률과의 통상적 관계마저 크게 웃도는 수준까지 뛰어올랐다는 설명이다.
주가가 실적에 비해 비싼지를 보는 지표는 엇갈린다. 과거 10년치 이익을 물가 등으로 보정해 계산하는 방식으로 보면 주가 수준은 역대 최고에 근접했다.
반면 앞으로 1년간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1년 전 23배에서 현재 19배로 오히려 내려왔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과 같은 수준이다. 주가가 올랐지만 이익이 더 빠르게 늘어 밸류에이션 부담은 줄었다는 의미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과잉 실적'을 이끈 일시적 요인 세 가지를 짚었다. 첫째는 AI 투자 열풍이다. 올해 S&P500 EPS 증가분의 절반가량이 AI 관련 투자에서 나왔다.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모회사)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올해 설비투자에 8000억달러를 쏟아부을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94% 늘어난 규모다.
다만 이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투자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이미 투자한 설비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며 비용으로 반영되는 감가상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올해 EPS 성장률을 11%포인트 끌어올린 이 요인은 2028년이면 오히려 실적을 약간 갉아먹는 쪽으로 돌아설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봤다.
둘째는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 급등이다. 특히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총이익률이 80%에 육박한다. 통상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반도체 업종 실적 증가의 4분의 1가량이 이 이익률 상승에서 비롯됐다고 추정했다. 만약 반도체 업종의 매출총이익률이 현재 70%에서 지난 15년 평균인 55%로 떨어지면 S&P500 전체 이익은 약 10% 줄어들 수 있다.
셋째는 기업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 상승이다. 대형 기술기업들은 2분기에 비상장 기업 등에 투자한 지분에서 발생한 평가이익으로 1500억달러가 넘는 '기타 수익'을 올렸다. S&P500 EPS의 12%에 해당하는 규모다. 골드만삭스는 이 기여분이 2027년에 크게 줄면서 그해 실적 증가율을 8%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세 가지 요인 모두 힘이 빠지겠지만 골드만삭스는 이 현상을 실적이 무너지는 방향보다는 성장 속도가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방향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벤 스나이더 전략가는 향후 몇 년간 S&P500 실적이 붕괴가 아닌 둔화 경로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S&P500 EPS가 2027년과 2028년 각각 11%씩 늘어 415달러, 460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견조한 경제 성장과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실적에 1~2%포인트 보태는 효과가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12개월간 S&P500이 지금보다 14% 오른 8700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밸류에이션이 더 확장되기보다는 실적 성장 자체가 상승장을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썸네일 사진 출처: 골드만삭스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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