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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생시장 멈춰 세운 ‘냉각 장애’… CME 거래중단의 전말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11.2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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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CME그룹(CME)이 11월 28일 새벽, 데이터센터 냉각 장치에 문제가 발생해 전 시장 거래를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금융시장에서 파생상품은 주가지수, 채권, 원유, 금, 통화 등 거의 모든 자산의 가격 기준이 되는 만큼 거래 중단은 글로벌 시장 전체에 긴장을 불러왔다.


CME는 이날 “데이터센터 운영사인 사이러스원(CyrusOne) 시설에서 냉각 기능이 멈춰 서버 과열 위험이 발생했다”며 “글로벌 전자거래 플랫폼 글로벡스(Globex)를 포함한 전 시장 거래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냉각 시스템은 서버를 일정 온도로 유지하는 핵심 장치로 온도가 올라가면 서버가 스스로 셧다운되는 특성이 있다. 서버 과열은 데이터 손상과 전산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거래소는 즉각 모든 거래를 중단했다.


사이러스원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으로 총 55개 이상의 센터를 운영한다. CME는 지난 2016년 자체 데이터센터를 사이러스원에 매각하고 임대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인프라 관리 권한을 외부에 맡기면서 한 곳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지적이 금융권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장애는 이 우려가 현실화된 사례가 됐다.


거래 중단은 미국 동부 기준 밤 21시 44분을 마지막으로 모든 선물과 옵션이 멈춘 상태에서 약 11시간 넘게 이어졌다. S&P500, 나스닥100, 다우존스 선물은 물론 원유, 금속, 농산물, 미국 국채 선물까지 모두 거래가 멈추면서 글로벌 시장의 기준 가격이 사실상 ‘정지된 화면’이 됐다. 

 

세계 주요 금융기관과 헤지펀드, 연기금은 파생상품 가격을 기반으로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당시 시장은 실시간 헤징이 불가능해지는 등 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CME의 전자거래 시스템인 ‘글로벡스’가 멈추자 외환 거래 시스템인 EBS도 함께 중단되는 등 영향은 더 크게 번졌다. 금융시장에서 사용되는 주요 통화의 환율도 일정 시간 동안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일부 딜링룸에서는 체결 불가 오류가 나타났다. 여러 자산이 서로 연결된 시장 구조에서 한 축의 정지는 연쇄적인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사태가 더 큰 충격을 준 이유는 거래소 장애의 원인이 통신망이나 소프트웨어 오류가 아니라 물리적 설비 문제였다는 점이다. 서버 냉각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중복 장치가 마련돼 있어 한쪽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장치가 대신 작동하도록 설계된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는 여러 냉각 장치가 동시에 이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전문가들은 “백업 설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한다.


시장에서는 CME가 데이터센터 운영을 외부 업체에 맡기면서 복원력(resilience)이 낮아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매각 이후 인프라 통제권이 줄어들었고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설비 전환이나 긴급 대체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거래소의 핵심 기능은 24시간 멈추지 않는 장치 운영인데 이번 장애는 시스템 이중화와 백업 체계에 허점이 있음을 드러냈다”고 말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세계 금융시장은 다시 한 번 ‘물리적 인프라’의 취약성을 확인하게 됐다. 최근 금융기관들은 클라우드 기반 운영을 확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특정 데이터센터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 클라우드 역시 결국 물리적 서버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냉각 장애, 화재, 전력 문제 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는 보이지 않는 금융 인프라의 심장과 같다”며 “이번 사건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CME는 장애 발생 다음 날 오후 13시 35분(UTC 기준)부터 단계적으로 거래를 재개했다. 다만 중단 시간 동안 가격 변동이 반영되지 못한 탓에 시장 참여자들은 재개 직후 가격 왜곡 가능성에 대비해야 했다. 

 

일부 선물 및 옵션 시장은 비교적 빠르게 정상 복구됐지만 거래소는 “앞으로도 시장 참여자가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과 규제기관들도 이번 사태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미국 CFTC 등 감독기관은 “세계 최대 파생거래소에서 단일 설비 장애가 글로벌 시장을 멈추게 한 원인을 검토하겠다”며 “백업 데이터센터 설비의 적정성, 운영사 간 역할 분담 구조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데이터센터 의존도가 높은 시스템을 어떻게 보완할지 다시 고민하게 됐다. 파생상품 시장은 실시간 가격이 전체 금융시장의 위험을 조절하는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만큼 거래 중단 사태는 폭증하는 데이터센터 수요에 앞서 금융 인프라 안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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